노골적으로 北에 대한 불신 드러내는 강경파…‘볼턴의 시대’가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1일 14시 26분


볼턴 보좌관. 동아일보 DB
볼턴 보좌관. 동아일보 DB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에 점차 강경해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선봉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일주일 간 6개 언론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대북 압박과 경고 메시지를 쏟아냈다. 초강경 매파로 분류되는 그가 전면에 다시 나서면서 북한과의 협상 재개 문턱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

●노골적 北 불신 드러내는 강경파 볼턴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 시간) 미 abc방송 및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대해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이어갔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잇달아 인터뷰에 출연해 ‘미국이 북한 내부동향을 속속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 가능성 단속에 나서는 모양새다.

16분간 진행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변만 10분 이상 진행됐다. 볼턴 보좌관이 하노이 회담 전까지 베네수엘라 사태에 집중하며 북한 문제에는 침묵해왔던 것과는 크게 달라졌다.

앞서 CBS, CNN,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 등과의 인터뷰에서 대북제재 강화 방침과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밝혔던 볼턴 보좌관은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는 북한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앞선 3개 전임 정부가 모두 북한과의 협상에서 실패했던 전례를 환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술책에 속아 넘어갔던 전임 대통령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의무사항을 자동적으로 지킬 것이라고 전제했던 게 실수”라며 “북한은 1992년부터 최소 5번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확약했었다”고도 지적했다. “북한이 그러면서도 그동안 비핵화를 전혀 안 했다”며 “흥미롭지 않느냐”고 진행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놀랄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나는 북한을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봐 왔다”며 “비핵화와 관련된 그 어떤 ‘게임’도 더 이상 나를 놀래키지 않는다”고 답했다.

●‘볼턴의 시대’가 온다

‘행동 대 행동’ 혹은 동시적· 병행적으로 표현되는 단계적 비핵화 접근방식을 접고 일괄타결식 ‘빅딜’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에는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넸다는 ‘빅딜’ 문건도 그가 주도해서 작성했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리비아식 모델’을 거론했다가 북한의 반발을 샀다.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으로 요약되는 리비아식 모델은 북한이 빅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이행해야 경제적 상응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하노이 회담 직전까지 추진해온 단계적 접근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회담 결렬 이후의 대북 협상 방향이 볼턴 보좌관의 구상대로 정비되면서 워싱턴 일각에서는 “리비아식 모델로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대북정책에서 확대되는 그의 영향력은 지난해 제임스 매티스 국무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퇴장하면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에서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NSC 내부 회의는 물론 외교안보 부처 장관들과도 거의 회의를 하지 않은 채 정보 및 업무를 독점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애틀랜틱은 최신호에서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만 답을 하는 볼턴 보좌관은 이제 미국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다”고 평가했다. 애틀랜틱은 그의 주변 사람들을 인용해 “볼턴 보좌관은 김정은을 적으로 여기고 있으며, 할 수만 있다면 북-미 협상을 결렬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