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를 베트남으로 잡은 건 미국이 북한에게 ‘핵을 포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면 베트남처럼 경제발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란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발상이 너무 순진하며 북한을 시장 개방의 길로 이끄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많은 매체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주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북한이 베트남의 길을 따를 것’이라는 의중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삼성 공장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베트남의 경제 모델에 관심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은 그러나 그간 중국 등이 북한에 자본주의 기업 등을 보여주면서 경제 개혁을 받아들이기를 촉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방부 관리를 지낸 밴 잭슨은 “역사적으로, 북한 고위 관리들을 데리고 와서 자본주의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면서 “우리가 이전에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촉발시키는 것을 베트남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갖지 못 했을 때도 이런 유인책이 효과가 없었는데 이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는데 이것이 먹히겠는가”고 반문했다. 북한 문제를 다뤄온 한 기자는 북한은 베트남보다 자신들을 우월한 지위로 보고 있다면서 “북한은 또 다른 가난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더 많은 레버리지와 강한 입지를 가진 핵 보유국이라는 것을 (회담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트남 경제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단순히 ‘서방에 보여주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화여대 레이프 에릭 이슬리 교수는 “북한이 베트남의 경험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서방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베트남의 경제 변혁은 자국의 국민들에게 여행, 무역, 외국인과의 소통, 배움의 상당한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가능해졌는데 북한이 이를 용납할 것인지가 관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고명현 경제연구원은 “베트남 공산당은 무역과 투자의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세계 자본에도 상당한 통제권을 부여했다”면서 “자본에는 많은 짐과 많은 사용 조건이 따른다”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베트남식 성장 모델을 채택하리라는 전망에도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우선 이들은 북한이 베트남에 대해 가지는 배신감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 김일성 북한 주석은 베트남을 혐오했던 캄보디아 독재자 폴 포트를 지지했다. 그후 베트남이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캄보디아를 침공하면서 두 나라 관계는 더 꼬였다. 그 후 베트남이 적국이었던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고 급격한 경제 성장을 꾀하면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의 배신감을 더욱 커졌을 것으로 분석한다.
또 베트남 경제개혁 모델이 북한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위기가 장기화되자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트남의 경제개혁정책인 ‘도이모이’를 도입하려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지만 결국은 사회주의 정신을 강화하는 ‘고난의 행군’으로 선회했었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도이모이 모델을 포기한 것은 중공업 중심의 북한에 농업 개방 개혁이 핵심이었던 베트남의 모델이 안맞았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