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영변전체 셧다운하고 해체하면 중대 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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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합의 주역 갈루치 前 북핵특사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직전 만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변화의 기류가 불고 있다(change is in the air)’고 한 적이 있다. 북-미가 행동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비핵화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를 봉합한 ‘제네바 합의’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사진)는 14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전면적인 선(先)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던 미국이 ‘동시적 병행적’ 해결 방안을 타진하는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 갈루치 전 특사는 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비핵화를 향한 ‘일보 진전’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전체 과정에 합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건 대표가 실무 조율하고 있는 비핵화 협상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우선 비건처럼 스마트한 사람이 북-미 비핵화 협상을 맡고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지난해 말 그에게 협상 상황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비건 대표는 북-미가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에 대한 로드맵을 꽤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일부를 신고하고 미국이 종전선언을 건네는 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인가.

“지금 자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북-미가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게 좋은 일이라는 것만 말해 두겠다. 개인적으론 (종전선언과 일부 핵시설 신고 교환은)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폐쇄할 수 있다면 미국의 전적인 승리라고 부를 순 없겠지만 옳은 방향으로 실질적인 발걸음(substantive step in the right direction)을 내딛는다고 할 수는 있다.”

―북한이 어느 정도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미국이 제재를 완화할 수 있나.

“북한이 영변 핵시설 전체를 ‘셧다운’하고 국제사회 사찰 규정에 따라 이를 해체(dismantle)한다면 북한이 핵물질을 폐기한다는 중대한 조치다. 그 정도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재개하기에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운 것인가.


“지난 25년 동안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해 왔는데 (북한이) 또 협상하자면서 ‘이번에는 핵을 포기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에 ‘당신들 그동안 사기 쳤어(you cheated)’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2주 앞두고 북-미는 아직 실무협상을 하고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말한 그대로다. 시간이 충분치 않다. 대북 협상에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한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비건은 지금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회의적이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

“협상의 대안들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전쟁 위기가 감돌았던) 2017년에 비해선 2018년이 낫다. 물론 결과물이 좋지 않아 ‘플랜 B’로 간다면 경제제재를 넘어 북한을 더욱 억제하고 봉쇄하는(deterrence and containment) 정책을 도널드 트럼프가 택할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건 모르겠고,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관계가 좋다고 하는데 국제정치를 정상 간 신뢰 문제로 풀어가는 방법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북한#영변전체 셧다운#북핵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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