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축소 신고 혐의를 받는 카를로스 곤 전 닛산(日産)자동차 회장이 검찰 체포 1주일여 만에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나서면서 닛산 대(對) 르노의 대립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26일 곤 전 회장 측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 당국과 정면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25일 현지 TV 프로그램에 출연, “르노-닛산-미쓰비시(三菱)자동차 3사 연합의 최고위직은 기존 방침에 따라 르노 회장이 맡아야 한다”고 밝혀 정부 차원에서 주도권 싸움에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에서는 닛산과 일본의 수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곤 전 회장이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된 이후 현지 경제지 등은 닛산의 사이카와 히로토(西川廣人) 사장을 자신을 구해주고 요직에 임명한 카이사르를 배신하고 살해한 로마시대 브루투스에 비유했다. 또 “일본인은 배은망덕하다”는 등의 프랑스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며 닛산과 일본에 대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도쿄구치소에 수감된 곤 전 회장의 환경에 대해 “지옥 같은 곳”(르 피가로)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프랑스 경제신문 레제코는 ‘르노와 닛산의 주도권 경쟁이 시작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측이 상대방 주식 지분 확대 등 지배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양사의 자본구조는 르노가 닛산 주식의 43.4%를 보유하고 의결권도 가진 반면 닛산은 르노 주식의 15%를 보유하지만, 의결권은 없는 상태다. 르노의 최대주주는 15.01%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다.
일본 언론은 이번 주 열릴 것으로 알려진 3사 연합의 경영진 회의에서 르노와 닛산 간의 임원 파견이나 출자 비율의 재검토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양사의 자본관계 재검토나 지분 조정 등 경영권 싸움이 벌어질 경우 프랑스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일본과의 외교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 자동차는 이날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22일 닛산에 이어 곤 전 회장의 회장직 해임안을 처리했다. 반면 르노그룹은 20일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곤 전 회장에 대해 르노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일단은 관망세다.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3사 연합에 대해 “일본과 프랑스 정부가 민간기업의 일로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며 기본 원칙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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