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압박과 관여’로 비핵화 협상 마무리? 트럼프식 전략 성공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2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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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최대의 압박과 관여’ 대북정책 노선 거듭 확인
국무부, “북한 정부의 인권 침해와 유린에 깊은 우려” 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 Engagement)’라는 정권 초기의 대북 정책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정책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뒤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을 해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두 달 정도 리뷰한 뒤 2017년 4월에 발표된 것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 흐트러진 압박기조를 틀어쥐면서 대화의 문을 계속 열어두겠다는 전략이다.

이어지는 추가 대북 제재와 별도로 한미 워킹그룹 발족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 온 한국 정부의 발을 묶어 놓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엔 내년 한미연합 훈련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3~4월로 예정된) 독수리훈련은 (북한과의) 외교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면서 “훈련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얼마나 축소할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이 올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 및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까지 취소한 연장선상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외교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훈련 축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독수리훈련은 UFG 연습, 키리졸브 연습과 함께 3대 한미연합훈련으로 꼽히는 만큼 안보태세 점검 차원에서 최소한의 규모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비핵화 협상을 위한 워싱턴과 서울의 폭넓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매티스 장관과 정경두 국방장관은 ‘군 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 노력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훈련을 포함한 군사활동을 시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훈련 축소 배경을 설명했다. 크리스 로건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양국 국방장관은 모든 대규모 연합훈련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를 이어가는 동시에 군 지휘관들의 의견을 토대로 조율된 결정을 하기로 했다”며 “규모와 범위를 포함해 향후 훈련의 다각적인 면을 계속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속도에 제동을 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이 하원의원을 지낸 캔자스주의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내년 초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길 정말 희망한다”며 “우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비핵화하기 위해 했던 약속을 완수하게 하도록 그들과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말한 건 ‘북한이 진전된 비핵화 조치에 합의해 정상회담이 성사될 여건이 만들어지기를 원한다’는 의미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시간표가 있느냐, 아니면 하루하루 해 나가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시간표는 없다. 우리는 특정한 날짜를 설정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계획이 있다는 점에서 하루하루 해 나가는 차원을 뛰어 넘는다”라고 답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캔사스의 다른 지역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현시점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진전이 있지만 그것은 긴 일련의 논의가 될 것이다. 그것은 매우 복잡한 이슈”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몇 주 전에 김 위원장을 봤을 때 그는 자기 나라의 비핵화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계속했다”며 “우리는 그 반대급부로 북한 주민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것이라는 약속을 계속 해왔다. 즉, 세계는 함께 그 나라(북한)와 그 주민들을 위한 더 밝은 미래를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부는 김정은 정권이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인권 문제에 대해 강한 압박을 이어갔다. 국무부 당국자는 미국의소리(VOA)의 현안 질의에 대한 e메일 답변에서 “북한 정부가 자행하는 인권 침해와 유린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극악무도한 행동들에 대한 북한 지도자들의 책임을 규명하고 처벌하는 일을 계속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인권 유린과 침해를 집중 조명하며,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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