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관급 최대 5명 교체”… 친정체제로 국정 다잡기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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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인터뷰서 밝혀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 트위터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경질을 발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대 5명의 고위직 교체를 거론하며 행정부 물갈이를 예고했다. 중간선거로 하원을 장악하게 된 민주당의 목소리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흔들지 못하도록 국정 전반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에 ‘맹목적 충성’ 요구를 따르지 않는 합리적 보수 인사들이 계속 경질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보수 주류층의 반발을 감당하기 힘들 거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방송된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16일 사전 녹화)에서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지금의 내각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내각과 백악관을 포함해) 3∼5개 자리를 바꿀 생각이지만 2개로 끝날 수도 있다. 탄력적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15명의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포함한 8명의 장관급 인사가 있다.

세션스의 뒤를 이어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관급 인사로는 켈리 비서실장과 그의 측근인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꼽힌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들의 거취 문제는 앞부분에 다뤄졌다. 진행자가 ‘7월에 켈리 비서실장이 2020년까지 백악관에 있을 거라고 (대통령이 직접) 말했는데 지금도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잘 지낸다. 그가 한 일 중 좋아하는 것도, 안 좋아하는 것도 있다”면서도 “존도 언젠가는 옮기고 싶어 할 것이다. 두고 보자”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비밀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비서실장을 경질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부부와 친분이 두텁다는 닉 아이어스(펜스 부통령의 비서실장)와 백악관 내부에서 평판이 좋은 존 더스테퍼노 백악관 수석비서관 등이 거론된다.

같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 행렬 ‘캐러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비난해 온 닐슨 장관에 대해서도 “누구라도 그 자리에 올 수 있다”며 “그녀는 똑똑하지만 국경 문제에 극단적으로 터프해지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아직 결정하진 않았지만 언제든 경질을 결심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닐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호해온 인물이 켈리 실장이란 점을 감안하면, 닐슨 장관 해임이 켈리 실장의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백악관은 이미 ‘코드 인사’를 통한 친정 체제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마크 쇼트 전 백악관 의회담당 수석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에 “어떤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 하는지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에 순종하지 않거나, 강력한 트럼프식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고위 관료는 옷을 벗을 거란 이야기다.

‘위헌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각 핵심 요직인 법무장관 대행으로 ‘충성파’ 매슈 휘터커(세션스 법무장관 비서실장 출신)를 지명한 데 이어 백악관의 ‘큰형’ 역할을 해 온 4성 장군 출신의 켈리 비서실장까지 교체하면 행정부 색깔 자체가 ‘트럼프 친위대’로 바뀌게 된다. 행정부 내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 인사였던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가 연말에 사임하기로 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사실상의 민주당원’이라고 비판했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까지 교체된다면 ‘친위대화’는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극찬했던 인사들이지만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국정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백악관과 마찰을 빚으면서 눈 밖에 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CNN은 “국정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곁에는 이방카 부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무 수행에 대해 후한 평가를 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상위 10위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나는 훌륭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제가 역대 최고”라며 “나 스스로 ‘A플러스’ 점수를 주려고 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겠나. 그것보다 더 높은 점수는 없나”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기재 기자
#트럼프#친정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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