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트럼프’ 별명 보우소나루 누구?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29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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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 최대 국가 브라질이 또 한번의 정치적, 사회적 격변기를 맞게 됐다. 극우 성향 사회자유당(PSL) 자이루 보우소나루(63) 후보가 2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 노동자당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로서 브라질은 지난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이끌었던 13년에 걸친 노동당 정부의 좌파시대에 이어, 2016년부터 현재까지 ‘과도정부’ 성격인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의 중도 정치 시대를 거쳐, 이제는 극우 정치의 시대를 맞게 됐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경제와 사회 질서 회복, 그리고 부패 일소를 새 정부의 최대 목표로 앞세우고 있지만 20세기 중반 쿠데타에 의한 군부통치 시대를 옹호하는가하면 인종차별, 남녀 차별 발언을 서슴없이 해오고 있다. 따라서 브라질 안팎에서는 굴곡진 역사를 거치며 어렵게 이룩한 인권이 후퇴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을 거쳐 1990년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정치에 진출했다. 각종 극우발언으로 논쟁을 일으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 정치활동을 펼쳐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린다.

지난 9월 대선 유세 중 칼에 찔렸던 보우소나루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병상에 누워 진행한 그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은 한 때 25만명 이상이 시청하며 관심을 모았다. 보우소나루는 이번 대선 유세기간중 후보자 TV토론회에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다. 피습 이후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브라질의 치안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유세 기간동안 “범죄자들이 더이상 면책을 누리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우리는 범죄에 대해 정말로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거리 치안 유지에 무장군인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앞으로 브라질에서는 군 장성들의 입김이 세질 것으로 추측된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7월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 주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보우소나루는 “내가 집권하면 군 장성으로 구성된 각료를 만들겠다”며 “그들은 부패할 위험이 적으며 더 능력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를 단순한 ‘극우 포퓰리스트’로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나치즘 및 포퓰리즘 역사 전문가인 페데리코 핀켈스타인 미국 뉴스쿨 교수는 지난 7일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보우소나루가 나치와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인종주의와 여성혐오, 극단적 법처벌 등을 주장하며, 범죄자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기 보다는 총으로 쏴버리기를 원하고, 원주민들을 기생충으로 취급하며, 중동과 아프리카 및 아이티의 난민들을 ‘쓰레기’로 칭하는가 하면, 군대가 난민들을 처리해야한다는 주장을 서슴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아프리카계 난민들을 뚱뚱하고 게으르기만 하다고 욕하고, 아이들을 두들겨 패서라도 동성애자가 되지 못하게 막아야 하며, 동성애를 아동성애와 동일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자신과 충돌한 하원의원을 향해선 “너는 내가 성폭행만한 가치도 없다”는 막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핀켈스타인 교수는 보우소나루의 이런 발언들이 나치의 레토릭(수사)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1년 보우소나루는 “게이가 되느니 히틀러가 되는게 더 낫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할 경우 받아들일 수없으며, 군대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면서 쿠데타를 시사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핀켈스타인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등 우파 포퓰리스트들과 보우소나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민주주의체제의 근본을 거부하고 폭력과 인종주의를 부추긴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메넴과 베를루스코니가 반(反)민주주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브라질 정치 칼럼니스트 셀수 로샤 지 바로스는 28일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웹방송에서 “극우가 브라질을 점령했다. 이제 브라질은 전 세계 그 어떤 민주 국가들보다 더 극단적인 대통령을 갖게 됐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암울한 심경을 나타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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