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중 北 노동당 참관단 만나…“발전의 길 걷는 것 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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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16일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선의를 보이고 북한의 우려를 이해해야 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까지 거론한 북한의 주장을 지지하고 북한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면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다시 고려하겠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한 기회를 맞은 이때에 북-미 양측은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며 “서로 선의와 성의를 보여 정상회담을 위해 양호한 조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취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 핵실험장 폐기 약속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또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밝힌 ‘단계적’ 북핵 해법과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 해소’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그대로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루 대변인이 이날 밝힌 ‘선의와 성의’는 일방적 핵 포기를 강요하지 말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단계적 조치를 취하라고 미국에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루 대변인은 한미 군사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데 대해서도 “판문점 선언 정신에 따라 합리적인 우려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충분히 보이기를 바란다”며 “자극하고 긴장을 유발하는 행위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환추(環球)시보는 관련 내용을 전하는 기사 제목에서 “북한이 미국에 경고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방중한 북한 노동당 친선참관단을 만나 단체 기념사진을 찍었다.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2010년 비슷한 성격의 북한 대표단이 중국에서 저우융캉 당시 상무위원(최고 지도부)을 만났던 것에 비하면 격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영도(지도) 아래 노동당과 인민이 국정에 부합하는 발전의 길을 걷는 것을 지지한다”며 “북한과 치당치국(治黨治國) 경험을 교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성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중국 경제 건설과 개혁 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말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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