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사일 협박’ 트윗… 여론 나쁘자 “공격 시점 말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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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준비하라, 시리아에 쏜다” 논란

트럼프 공격경고 뒤… 시리아 정박 러 군함 모두 사라져 ISI가 촬영한 시리아 타르투스에 있는 러시아 해군기지의 위성사진. 기존엔 11척의 러시아 해군 선박이 정박해 있었으나(위 사진) 11일 모두 항구를 떠났다(아래 사진). 미국이 동맹국 프랑스, 영국과 연합 군사작전을 준비하자 러시아도 향후 충돌에 대비해 시리아 인근 해역으로 군함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ImageSat International(ISI)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시리아 군사작전과 관련한 ‘협박 트윗’을 날렸다가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시리아 공격이 언제 행해질지 결코 말한 적이 없다. 아주 금방 있을 수 있고 꽤 걸릴 수도 있다!”고 적었다. 11일 오전 트위터에 “러시아, 준비해라. (시리아로 향하는) 미사일들은 멋지고 새롭고 스마트하게 날아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지는 트윗이다.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응징하기는 하겠지만 공격무기를 이동 배치하고 동맹국들을 공습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트윗이 동맹국들과는 물론이고 백악관 내부에서도 합의가 되기 전에 나온 것이라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다가올 군사행동을 예고하는 ‘전보’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고, NYT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경고는 시리아와 러시아, 이란 동맹군이 공습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11일 오전 트윗 이후 시리아 공습 임박설이 확산되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진화에 나섰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이라며 “최종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 트윗이 ‘비상식적’이라고 깎아내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주재 신임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계의 상황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식이 이기고 국제관계와 세계의 모든 시스템이 더 안정되고 예측 가능한 건설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대시리아 연합 군사작전 준비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공습 시기는 늦추더라도 동맹국인 프랑스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공습에 동참시켜 미국 단독 응징이 아닌 국제사회의 응징이라는 모양새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우리가 선택한 시점에,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응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대통령은 군사작전을 개시하기 위해 의회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 공습에 즉각 참여할 수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미국이 주도하는 시리아 공습에 참가하기 위해 12일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부 관리를 인용해 “메이 총리가 의회 승인 없이 영국 공군 전투기를 시리아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보도했다.

한편 시리아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경고 이후 초긴장 상태다. 시리아 영공 인근에서는 미 해군 해상초계기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공중 조기경보통제기가 시리아 내 공습 표적과 러시아군 주둔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미국 공습에 대비해 공격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시리아 전역의 주요 공항과 군 기지에 소개령을 내렸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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