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만져도 돼?” 日 고위공무원 성추문에 발칵…미투 운동 탄력 받나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4월 12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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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해 비교적 잠잠하던 일본열도가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재무성 사무차관의 성추문으로 들끓고 있다.

12일 발매된 주간지 ‘주간신조’(週刊新潮)는 후쿠다 차관이 복수의 재무성 출입 여기자에게 회식 등의 자리에서 성적인 언행을 일삼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 기자는 후쿠다 차관으로부터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을 받고 “1년 정도 된 남자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후쿠다 차관은 “얼마나 자주 섹스하느냐?”고 물었다. 또 남자친구가 누군지 알게 되자 “그가 너를 갖고 놀다가 버릴 것이다”등의 모욕적 발언을 했다.

B 기자는 “후쿠다 차관이 ‘가슴 만져도 되냐?’고 묻길래 당연히 ‘안된다’고 답하자 ‘손 묶는거 좋냐?’고 물었다”며 “’제발 그런말 그만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C 기자 역시 후쿠다 차관이 “키스해도 되냐”,”호텔 가자”등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주간신조가 여기자들의 이 같은 폭로에 대해 질문하자 후쿠다 차관은 “무슨 그런 무례한 질문을 하냐”,“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젠장” 등의 반응을 보이며 화를 냈다.

재무성을 출입하는 여기자들은 중요한 취재원인 후쿠다 차관의 성희롱 발언에 그냥 참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일본 도쿄대 법학부 출신인 후쿠다 차관은 1982년 최고의 관료집단으로 불리는 재무성에 들어왔다. 일본의 여러 고위관리 및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언행이 알려지며 이날 많은 일본 언론들의 취재가 이어지자 후쿠다 차관은 일체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겸 재무장관은 이날 후쿠다 차관에게 주의를 내렸다. NHK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이날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후쿠다 차관 본인이 설명하러 와서 얘기를 들었다”며 “지금 처한 상황을 고려해 긴장감을 갖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후쿠다 차관이 반성하고 있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별도의 처분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5월 프리랜서 기자 이토 시오리(伊藤詩織)가 처음으로 실명을 공개하며 성폭행 폭로 기자회견을 연 후 일본에서도 다양한 폭로들이 나왔지만 한국이나 미국처럼 큰 흐름을 형성하진 못했다. 이토 기자는 지난달 유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압력이 강한 일본은 내부로부터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해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투 운동이 활발한 한국에서 배울 게 많다”고 했다.

이번 후쿠다 사무차관의 성희롱 논란은 파문이 큰 만큼, 일본 내 미투 운동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재무성이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특혜매각 및 문서 조작 파문에 휩싸인 상태에서 차관의 성희롱 보도가 나오며 국민들 사이에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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