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흥행 망칠라” 머리 싸맨 러시아 푸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9일 03시 00분


‘스파이 독살’ 외교관 추방 이어 불똥
첫 출전 아이슬란드 “지도자 불참”
日-폴란드 등 6개국 외교 보이콧 검토… 美는 경기기간 자국민 여행 자제 요청

27일 세계 곳곳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평가전이 열렸다. FIFA 랭킹 1위 독일과 2위 브라질의 맞대결도 펼쳐졌다. 6월 14일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80일가량 앞두고 각 팀은 최종 점검이 한창이다. FIFA는 개최 도시를 돌며 현지에서 최종 점검 중이다.

경기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지만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서방세계와 러시아 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달 4일 발생한 영국 이중스파이 독살 시도 이후 제재 칼날의 끝이 러시아 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인구 34만 명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아이슬란드의 정치 지도자들은 26일 러시아 월드컵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부 장관은 27일 러시아 외교관 2명 추방을 발표하며 “월드컵 보이콧은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옵션이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가 하루 만에 “아직 보이콧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진화에 나서야 할 만큼 파장이 컸다. 왕실 인사와 고위 공무원들이 월드컵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영국을 포함해 폴란드 덴마크 스웨덴 일본 등 6개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이 6개국은 월드컵이 열리는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러시아 여행 자제 혹은 금지를 검토 중이다. 미 국무부는 아직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미국인들에게 월드컵 기간에 러시아 방문을 재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테러 위협과 미국 시민에 대한 러시아인의 반감에 따른 치안 불안이 공식적인 이유다.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한 국가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본선 진출국의 경기 불참까지 거론되고 있다. 다만 FIFA 규정상 본선에 불참할 경우 시기에 따라 25만∼50만 스위스프랑(약 2억8200만∼5억64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고, 향후 다른 경기에도 참가할 수 없는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쉬운 결정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동안 러시아 월드컵에 엄청난 공을 들여왔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월드컵 개막 100일을 앞두고 자신의 축구 기술을 자랑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테러와 훌리건들의 폭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본인이 직접 경기장 안전 문제를 점검하기도 했다.

‘강한 러시아’를 슬로건으로 내건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자국민에게 이를 홍보하기에 이만한 기회가 없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때문에 러시아가 월드컵을 유치했을 때부터 서방세계에서는 월드컵이 푸틴 개인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이 지난주 “푸틴 대통령이 1936년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아돌프 히틀러처럼 월드컵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연장선상이다. 2014년 러시아가 소치 겨울올림픽을 유치해 한껏 국력을 과시한 뒤 곧이어 크림반도를 침공한 전력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월드컵#러시아#푸틴#스파이#독살#외교관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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