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4선 축하전화 후 뒤통수친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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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vs 러 新냉전]엿새뒤 러 외교관 60명 추방 결정
러 대사 “정상간 통화에 반하는 조치”
종잡을 수 없는 행보로 외교 주도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참모들의 만류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4선(選) 성공’을 축하했다.

그로부터 엿새 뒤인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60명을 추방하는 초강경 조치를 내놨다. 종잡을 수 없는 ‘갈지(之)자’ 행보로 상대를 놀라게 하는 트럼프 특유의 반전(反轉) 외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냉·온탕 접근으로 (세계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영국 내의 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나 이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러시아의 충격은 더 컸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추방은 두 정상 간의 통화에 반하는 조치”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변엔 러시아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보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식 반전의 대표적 예가 북핵 문제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태도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미치광이’(2016년 1월)라고 비난하다가 ‘햄버거를 함께 먹을 수 있다’(같은 해 6월)고 말을 바꿨다. 지난해 1월 취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해 오다가 최근 북한이 한국 특사단을 통해 제안한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극적으로 수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인 미치광이로 인식하게 해 전략적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이른바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을 신봉하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미국의 이익 앞에선 친구도, 동맹도 순식간에 적으로 돌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 보복 관세 면제 대상에서 일본을 쏙 빼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위대한 남자이며 내 친구’라고 치켜세우면서도 “미국을 상대로 미소를 짓던 날은 끝났다”고 경고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중국의 경제적 침략에 대항하는 행정명령’ 서명식 연설에서 “그들(중국)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엄청나게 존경한다”고 칭찬을 늘어놓은 뒤 무역적자와 지식재산권 절취를 해결하라는 냉정한 청구서를 들이밀었다.

동맹국인 한국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시장 등을 양보받은 뒤에야 철강 보복관세 면제라는 보상을 내놓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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