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목표는 核 부분 폐기… 핵창고서 일부 꺼내 거래 나설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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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비핵화 외교전/中-美 전문가 분석]
中국무원 자문 스인훙 런민대 교수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 런민대 교수. 스 교수는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목적은 부분적 핵 폐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중국 내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 스인훙 런민대 교수. 스 교수는 11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목적은 부분적 핵 폐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김정은의 목적은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라 부분적 핵 폐기다.”

중국 국무원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이자 한반도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11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제안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목표를 이렇게 규정했다.

스 교수는 “김정은은 핵무기고(庫) 안의 상당 부분(핵무기)을 꺼내 미국 한국과 거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 내용에 대해선 “장거리 (핵)미사일(개발)을 보류하거나 완전히 포기하고 신형 핵탄도미사일 개발도 하지 않고 핵무기를 삭감하는 큰 양보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를 핵심으로 하는 핵 감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담판을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는 이런 핵 담판이 “(한미가 목표로 해온) 핵무기 포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핵 담판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미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나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까지 완화하면 김정은이 핵무기고에서 (핵무기를) 부분적으로 줄이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김정은은 일부 핵 감축을 하면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 비교적 부드러운 태도를 보일 것이다.”

―핵 담판 과정에서 한미는 어떻게 나올까.

“한미는 조만간 사실상 그(김정은)의 ‘핵을 감축한 핵(보유) 지위’를 묵인할 것이다.”

―김정은이 핵 감축이 아닌 동결을 주장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까.

“한미가 (동결에는)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 동결을 받아들이면 한미의 (대북) 정책은 매우 크게 실패한 것이다.”

스 교수는 “현재 김정은이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왜 그런가.

“가장 중요한 점은 김정은이 이미 실전화된 중거리핵탄도미사일에 매우 접근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고의 일부(핵무기)로 한미와 거래할 수 있다. 한국은 회담이 계속 진행돼 어떤 것이라도 얻기를 갈망한다. 이런 점 역시 김정은의 지위를 매우 유리한 상황에 놓았다.”

―그럼 북-미 수교도 가능할까.

“(상황이 좀 더 진행된) 이후에 얘기할 수 있다. 수교할지, 언제 할지, 북-미 경제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나아갈지, 미국이 언제 대북 인권 문제에 대한 태도(압박)를 거둬들일지 지금 구체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김정은은 왜 대화에 나왔나.

“그가 핵 보유에 매우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제재로 인한 압박감은….

“있다. 하지만 결정적이지는 않다. 대북 제재는 최근 수개월간 매우 심해졌지만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보유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왜 대화를 수용했나.

“김정은이 완전히는 아니지만 좀 물러났을 때 자신도 좀 물러나는 게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상황이 모두 미국이 이끈 대북 제재가 만든 결과라고 말했지만 이는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 위협이 (대화를 수용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북핵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은….

“매우 불가능하다. (완전 핵 폐기에 합의했던 6자회담과 달리) 김정은의 목적은 완전 핵 폐기가 아니라 부분 핵 폐기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미는 (현 상황이) 매우 즐겁다. 왜 6자회담이 필요하겠나. 북-미 회담, 한미 회담이면 되지 않겠나.”

스 교수는 빠르게 진행되는 남북, 북-미 간 협상 국면에서 중국이 “이미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북 제재가 (김정은이 대화로 나오는 데) 소용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부차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제재로 인해 중국이 치른) 대가는 매우 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선의를 얻지 못했고 동시에 북한이 중국에 오랜 적의를 갖게 했다.”

―왜 중국이 배제됐다고 보나.

“전체 (대화) 과정에서 현재까지 주동자는 김정은이다. 두 번째 주동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떠밀려 주동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은 완전히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중국 정부는 북-미 대화를 환영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대화 과정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걸 두려워한다. 북한은 중국에 적의를 갖고 있고, 트럼프도 전략상에서 중국에 비교적 나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대화가 북-중 관계에 도움이 될까.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도움 될 만한 게 없다. 현재 김정은은 매우 의기양양하다. 중국이 대북 태도를 바꾸지 않는데 중국에 대한 태도가 좋아지겠는가.”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상황을 보면서 대북정책을 조정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나서야 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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