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동쪽 반군 지역 동(東)구타가 시리아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나흘간 300명이 넘는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군은 19일부터 나흘째 전투기와 헬기, 박격포 등을 동원해 동구타 지역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1일까지 최소 310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155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동구타를 “지구상의 지옥”이라고 표현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눈 뜨고 볼 수 없는 비극적인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참사를 계속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리아군이 동구타를 전면 봉쇄하면서 39만3000명에 이르는 이곳 주민들은 기본적인 식량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빵 한 묶음 가격이 10마일(약 16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다마스쿠스보다 15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동구타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의 12%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두 자녀의 어머니 샴스는 “(시리아군의) 포위 때문에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폭격으로 죽지 않는다면 우리는 배고픔으로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동구타 병원 대부분의 시설이 파손돼 운영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시리안아메리칸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19일 이후 시리아군의 공습으로 동구타 의료시설 13곳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동구타의 의사들은 밀려드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난 약과 마취제를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시리아 지역조정관 파노스 뭄치스는 “병원인 줄 알고도 공격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지만 시리아 정부는 동구타 탈환을 위해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시리아군 지휘관은 20일 로이터통신에 “아직 공격은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은 사전 공습단계”라고 밝혀 조만간 있을 대대적인 공격을 예고했다.
다마스쿠스 인근 곡창지대 동구타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부자 세습으로 40년 넘게 폭압적인 독재를 해 온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맞선 반정부 시위가 가장 먼저 일어났던 곳이다.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이어지면서 2012년 이 지역을 장악한 반군 세력은 필사적으로 정부군에 맞서 왔다. 그러나 최근 아사드 정권이 7년에 걸친 내전에서 승기를 잡으면서 반군의 마지막 주요 장악 지역인 동구타 탈환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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