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 화해 무드에 부정적 기류 확산…‘북핵 위협’ 묻힐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8일 16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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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국무장관, 매티스 국방장관의 잇단 견제구
AP통신, “틸러슨이 대북 인도적 지원 하려는 한국 정부에 의구심 제기했다”고 보도
공화당 지지자 31%, ‘11월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는 북핵 문제’ 꼽아.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 승리 위해서라도 대북 강경 옵션 사용할 것이란 전망 나와

틸러슨 美 국무장관. 동아일보 DB
틸러슨 美 국무장관. 동아일보 DB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는 데 대해 미국에서 잇따라 부정적 기류가 표출되고 있다. 대북 압박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북한 주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도우려 하는 한국 정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대북 제재가 북한에 고통을 주기 시작했다”며 “북한의 인간적인 고통은 북한 당국의 책임이고, 자국민을 돕는 데 실패한 북한이 초래한 피할 수 없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개국 외무장관 회의(벤쿠버 회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강 장관의 제안에 미국 일본 영국 등이 반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이날 미국 하와이 태평양사령부에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만나 “남북 간 올림픽 대화가 북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올림픽 대화 하나만으로는 중대한 문제들을 다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미 대화로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가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7일 USA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미 대화는 성사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북한에 대한 군사대응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전날 하와이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으로부터) 공격당한다면 오늘 밤이라도 한국과 협력해 싸울 수 있다”며 “(북한이) 한국 공격을 시도한다면 철저하게 저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953년 남북 휴전 협정 이래 대북 군사옵션을 계속 준비해 놓고 개선해 왔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과 만나서도 “국제사회의 경제적 압박이 한반도를 비핵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우리 외교관들이 유리한 입장에서 말할 수 있도록 군사옵션이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선박 간 물품 이전’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2척을 억류한 사실을 거론하며 “유엔의 해상제재를 옹호하는 한국의 굳건한 행동을 칭찬하고 싶다. 한국은 유엔의 해상제재를 솔선수범해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는 “견고하고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며 “우리의 연합군은 협력해서 한국 또는 미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는 별도 성명에서 “두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계속되는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할 강력하고 효과적이며 신뢰성 있는 준비 태세를 유지하는 데 진력하기로 했다”며 “두 장관은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실패하게 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헤더 뱁 대변인은 올림픽 이후의 한미군사훈련 추가 연기 논란에 대한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논평 요청에 대해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은) 한국 방어를 위한 동맹의 준비 태세 유지에 요구되는 정례적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로건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도 전날 VOA에 “방어적인 군사 훈련들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조약상의 의무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카이저가족재단은 16~21일 전국 남녀 유권자 121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3%p) 공화당 지지자 중 31%가 ‘중간선거 후보들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로 북핵을 꼽았다고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민 정책(27%), 경제와 일자리(25%), 세금과 세제 개혁(16%), 연방재정 적자(14%), 건강보험(13%) 등이 뒤를 이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도 23%가 북한 문제가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봤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임기 2년의 하원 의원 전원(435명)과 상원 의원의 3분의 1(34명)을 선출하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좌초 위기를 맞게 된다”며 “북핵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고, 미국인 대다수가 안보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더 강력한 옵션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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