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18일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65·사진)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제이컵 주마 대통령(75)의 잇단 추문과 실책에 휩싸인 ANC의 명성을 회복해 집권당 지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마포사 부통령은 2440표를 얻어 주마 대통령의 전 부인인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전 내무장관을 약 200표 차로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다. 주마 대통령은 향후 자신의 부패 혐의 기소를 막아줄 가능성이 있는 들라미니주마 전 장관을 적극 밀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라마포사의 대표 당선으로 수 주 안에 주마 대통령이 ANC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망했다.
라마포사는 지지층이 이탈하고 있는 ANC의 미래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빈부격차와 주택난, 실업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남아공에선 대통령과 ANC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994년 이후 집권해 온 최대 정당이 실권 위기에 놓인 것이다.
라마포사가 차기 대통령에 오르려면 2019년 총선에서 다시 유권자들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 남아공은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대통령을 선출할 권한을 갖는다. 현재로선 ANC에 대적할 정당은 사실상 없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목돼 많은 관심을 받았던 라마포사는 1997년 ANC 대표에 도전했지만, 경쟁 후보였던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때 큰 좌절을 겪고 약 10년간 정치권을 떠나 사업가로 변신했다. 맥도널드와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에 투자한 그는 막대한 돈을 벌었고 2015년 기준 자산이 4억5000만 달러(약 4900억 원)로 아프리카에서 42번째 부자가 됐다. 그는 남아공에서 가장 부유한 흑인 기업인의 사위로도 유명하다. 2012년 복귀한 라마포사는 ANC의 핵심 인물로 자리를 잡았고 2014년엔 부통령이 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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