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프랑스 파리15구 조르주브라상 공원 중고책 시장에서 시민들이 살 만한 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이 책시장은
1987년부터 31년째 운영되고 있다. 시민 100여 명이 책을 보고 있었는데 한 번에 30권씩 사가는 손님도 있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 파리 15구 조르주브라상 공원에서는 주말마다 큰 중고책 시장이 열린다. 198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1년째다. 9일 오후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100명이 넘는 파리 시민들이 이곳을 찾았다. 50명의 서점상이 나와 각종 중고책과 고서적을 파는데 2유로에서 2만 유로까지 다양한 가격에 팔린다.
중고책 서점 주인인 샤를 기요 씨는 “시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고, 또 소장한 책을 서점에 팔고 그 과정에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은 오프라인 서점뿐”이라며 “전자책으로는 불가능한 우리의 문화”라고 말했다.
프랑스인들에게 서점은 단지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동네 문화공간이다. 서점에 가면 책 밑에 주인이 자신의 서평을 써 놓고 그 책을 읽은 다른 시민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 앞 어린이책 전문 서점에서 책과 함께 논다.
“2011년 아마존 전자책 킨들이 프랑스에 상륙했을 때 3∼4년 내에 출판 시스템이 다 무너질 줄 알았죠.”
프랑스 국립책센터(CNL) 뱅상 모나데 의장의 최근 회상처럼 2007년 11월 19일 수천 권의 책을 가벼운 전자기기 하나에 담을 수 있는 킨들 출시는 미국에서 혁명으로 불렸다. 이미 음악 시장이 CD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갔을 때라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킨들 출시 10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기우가 됐다. 전자책 비중이 높은 편인 미국도 전체 책 시장의 20%를 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 영국과 미국의 전자책 판매량은 각각 16%와 18.7%가 줄어든 반면 종이책 판매량은 7%, 7.5% 올랐다.
특히 전통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전 세계에서 전자책이 가장 힘을 못 쓰는 국가다. 전자책 판매 비중이 전체 책시장의 3% 수준이다. 그래서 아직도 동네 어디서나 쉽게 서점을 만날 수 있다. 전국에 서점이 3300개다. 카페 공원 지하철에선 종이책을 읽는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체 국민의 91%가 평소에 책을 읽는다는 독서 강국의 비결은 서점, 출판사, 정부의 3박자 노력이었다.
동네 서점들은 대형 서점들의 온라인 판매에 대항해 최근 공동 온라인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700여 개 서점이 참여 중인데 더 늘릴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원하는 책을 주문한 뒤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서점에서 수령하면 된다. 서점이 동네마다 있는 프랑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출판사들 역시 전자책이 넘볼 수 없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어린이 책이나 예술 문화 책은 다양한 색채로 눈길을 끌었고, 요리책은 하드커버가 인기다.
정부 역시 2011년 킨들 상륙 직전 전자책이 가격을 마음껏 인하할 수 없도록 규제했고 2014년엔 이른바 ‘반아마존 법’으로 무료 배송과 가격 인하에 제동을 걸어 종이책과 서점 지키기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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