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 특검수사 협조… 트럼프 탄핵 ‘판도라 상자’ 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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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선개입 의혹 밝힐 핵심 측근… NYT-CNN “트럼프와 결별 통보”
특검에 아들 중범죄 혐의 잡히자 형량 낮추려 ‘모종의 거래’한듯
“트럼프 개입” 증언땐 탄핵 탄력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의 몸통으로 꼽히는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사진)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협조하기로 했다. 플린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러시아와 접촉했다고 진술할 경우 탄핵이 급물살을 탈 수 있어 워싱턴 정가에 핵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이번 사건에서 판도라 상자가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뉴욕타임스와 CNN은 23일(현지 시간) 플린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최근까지 공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에 ‘특검 수사와 관련해 더는 협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플린의 변호인인 로버트 켈너가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인 제이 세큘로에게 22일 직접 전화해 이렇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과 공조하며 버티던 플린이 특검에 협조하기로 한 것은 아들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측이 그의 아들 마이클 플린 주니어에 대한 중범죄 혐의를 잡아 플린을 압박하면서 무너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플린은 NSC 보좌관에서 낙마한 뒤 터키 정부로부터 56만 달러(약 6억2000만 원)를 받고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미루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과정에 그의 아들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특검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 내용이 사실일 경우 플린 부자는 최대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플린은 지난해 12월 NSC 보좌관 내정자 시절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 문제 등을 논의한 사실이 발각돼 임명 24일 만에 경질됐다. 2015년에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을 정도로 트럼프 캠프와 푸틴 정부를 연결하는 핵심 인사로 꼽혔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와 그의 동업자이자 트럼프 캠프 직원이었던 릭 게이츠,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고문을 지낸 조지 파파도풀로스를 지난달 기소한 뒤 이 3명을 합친 것보다 정보량이 많은 플린의 입을 열기 위해 총력을 다해 왔다.

CNN은 “플린이 뮬러 특검과 거래할 것이 없다면 트럼프 측과 정보 공유를 중단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플린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직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지시로 러시아를 접촉했다’거나 ‘접촉 이후 관련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NBC는 “특검이 소집한 대배심에 플린이 출석해 증언할 것”이라고 22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됐다고 플린이 증언할 경우 탄핵 움직임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했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것이 사법 방해라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상태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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