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로켓맨”… 트럼프식 ‘별명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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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자극해 기선제압 노려
‘꼬마 마코’-‘거짓말쟁이 테드’… 대선때도 경쟁자 별명 붙여 조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트위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부르며 ‘트럼프식 별명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정적이나 경쟁자들에게 별명을 붙여 공격해왔다. 전문가들은 방송 경험이 풍부하고 사업가로서 수완이 뛰어난 그가 상대를 자극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알파벳 아홉 글자만으로 김정은을 조롱했다”며 “엘턴 존의 유명한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로켓맨은 영국 팝가수 엘턴 존이 1972년 발표한 노래 제목과 같다. 우주 비행사가 되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로켓맨’(1997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한때 ‘미치광이(madman)’라고 칭했던 점을 생각하면 ‘로켓맨’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순화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학창 시절 야구 선수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미국 프로야구의 ‘악동’ 로저 클레먼스에 빗대 희화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클레먼스는 ‘로켓’ 같은 강속구로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을 7회나 수상했지만, 타자 머리를 향해 ‘빈볼’을 자주 던져 악동으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던 진한 쌍꺼풀의 척 토드 미 NBC방송 진행자를 ‘졸린 눈(Sleepy eyes)’이라며 놀렸다. 지난해 3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에서 맞붙은 당시 45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꼬마 마코(Little Marco)’라고 부르며 기선을 제압했다. 대선 본선에서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e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비뚤어진 힐러리(Crooked Hillary)’라고 비꼬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별명을 만들어 내는 분야에 천부적 재능이 있거나 병적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의 ‘사이콜로지 투데이(심리학 전문지)’의 기고자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는 타인을 이분법적으로 단순화하려는 충동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별명정치#로켓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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