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매장에 AI 스피커… 아마존 ‘유통 판 뒤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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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오프라인 슈퍼 ‘홀푸드마켓’ 인수
美전역 470개 매장서 ‘가격 전쟁’… 식료품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슬로건… 美유통업계, 시장 지각변동 긴장

식료품 체인 홀푸드가 아마존에 인수된 첫날인 28일 미국 뉴욕의 한 홀푸드 매장에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무려 44%나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식료품 체인 홀푸드가 아마존에 인수된 첫날인 28일 미국 뉴욕의 한 홀푸드 매장에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는 무려 44%나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 57번가 유기농 식품 전문매장 홀푸드마켓. 입구에 들어서자 미국 온라인 유통회사인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스피커인 ‘에코’ 판매대가 나타났다. 179달러(약 22만 원)짜리 에코는 정상가의 44%인 99달러에 팔렸다. 유기농 슈퍼마켓에 등장한 AI 스피커 할인판매대는 아마존과 홀푸드마켓의 합병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마존은 이날 홀푸드마켓 인수절차를 마무리하고 미 전역 470개 홀푸드 매장에서 100여 종의 유기농 식품 등을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하는 ‘가격 전쟁’에 돌입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과일 매장에서는 아마존과 홀푸드 브랜드가 함께 붙은 세일 안내 표지판이 걸린 가운데 사과, 바나나, 아보카도 등이 평소보다 20∼30% 싸게 판매됐다. 내딘 갤란자 씨는 “연어, 아보카도, 사과와 같은 세일 상품을 샀다”며 “품질이 유지된다면 (아마존과 홀푸드의 합병은) 소비자에게 엄청난 혜택”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 공룡인 아마존과 오프라인 유기농 슈퍼의 결합은 미국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매장 계산대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긴 줄이 생겼다. 매장 앞에서는 블룸버그뉴스 등 현지 언론의 취재 경쟁도 벌어졌다.

아마존에 인수되기 전 홀푸드는 경쟁 식료품점에 비해 15% 정도 높은 가격의 제품을 판매하는 ‘고가 전략’을 펼쳤지만 시장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브렌던 위처 포레스터리서치 유통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다른 식료품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홀푸드의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이 홀푸드 인수를 발표했을 때 미국 내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해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반독점법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기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미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최근 아마존이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약 15조3400억 원)에 인수하는 것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맨해튼에서 부동산중개인으로 일하는 게리 월 씨는 “소비자나 주식 거래를 하는 사람에겐 아마존의 홀푸드마켓 인수가 도움이 되지만 내가 자주 쇼핑하는 타깃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업체에는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아 혼란스러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마존과 홀푸드의 결합은 미국 유통시장의 판도도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2015년 뉴욕 등에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를 열었고, 지난해에는 워싱턴주 시애틀에 무인 상점인 ‘아마존 고’를 선보였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벽을 넘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홀푸드 상품 판매도 시작했다. 아마존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료 회원인 프라임 회원과 홀푸드의 보상 프로그램을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ai#아마존#유통#홀푸드#스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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