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서 해방시켜 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美콜로라도 5자녀 아버지 ‘13세 미만 판매금지’ 입법청원

“이 법안이 주 의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미국 다른 주의 모든 부모가 콜로라도를 부러워할 것입니다.”

‘저연령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에 반대하는 부모 모임(PAUS)’을 결성해 관련 입법 촉구 운동을 해 온 콜로라도 주민 팀 패넘 씨(49)는 최근 주 의회에 ‘13세 미만 어린이에 대한 스마트폰 판매 금지 입법 청원’을 제출한 뒤 PAUS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렸다. 마취과 의사이자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패넘 씨는 “야외에서 활발하게 뛰노는 걸 좋아하던 아이들도 스마트폰만 손에 쥐게 되면 방에 처박혀 지낸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며 입법 청원 취지를 설명했다고 19일 USA투데이와 콜로라도 지역 언론들이 전했다.

패넘 씨는 “스마트폰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은 아이들을 (모바일 게임 등에 대한) 중독으로 쉽게 이끈다. 어린이들에겐 분명 해롭다”며 “내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등 많은 문제를 보였다. 그 때문에 입법 청원에 나서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스마트폰이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해악은 알코올이나 약물, 음란물에 대한 노출에 못지않다”며 “음주 등에 연령 제한을 두는 것처럼 스마트폰에도 비슷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 의회에 제출한 입법안에 따르면 스마트폰 판매업자는 해당 기기의 주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의무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용하게 될 것을 알면서도 스마트폰을 판매하면 1차 적발 시엔 서면 경고, 2차 때부턴 벌금을 물게 된다. 첫 벌금은 500달러(약 56만5000원)로 비교적 경미하지만, 적발 횟수가 늘어나면 벌금 액수도 가중되도록 규정할 것을 요청했다.

USA투데이는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 50개 주 중 처음으로 특정 연령대에 대한 스마트폰 판매 제한 조처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주 의회에 정식으로 상정되기 위해서는 30만 명의 주민 서명이 필요한 데다 주 의회 일각에서도 비관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실제 입법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콜로라도 주 상원의 민주당 소속 존 케팰러스 의원은 “이런 내용의 입법 청원이 들어온 사회적 분위기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는 개인 가정생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대처하는 건 부모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입법 청원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온라인상에서 이를 계기로 부모들이 스마트폰 폐해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 부모는 “딸이 ‘친구들은 모두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나만 안 가지고 있다’고 하도 졸라서 어쩔 수 없이 사줬다. 그런데 불마 몇 주 만에 ‘학교 가기 싫다’고 하더니 아예 방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덴버에 사는 한 주민은 “12세와 9세 두 아들이 개신교(종교) 학교에 다니는데 태블릿PC인 아이패드로 음란한 동영상을 즐겨 보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USA투데이는 “스마트폰 같은 정보기술(IT) 기기에 대한 자녀 관리나 교육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며 전미소아과협회의 권고지침을 소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생후 18개월 미만 아이는 어떤 IT 기기도 접하지 않는 게 좋고 △18∼24개월은 부모와 함께 TV로 아동 교육용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정도가 적당하며 △2∼5세는 태블릿PC든, TV든 IT 기기 화면을 접하는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6세 이상이 되면 IT 기기 이용 때문에 적절한 수면이나 건강한 체육활동 시간이 줄어들지 않도록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이 연령 때부터 ‘IT 기기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시간’이나 ‘IT가 없는 공간(침실 등)’을 지정해 스마트폰 중독 등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콜로라도#13세 미만 판매금지#입법청원#스마트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