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獨 방위비 훨씬 적게 내”… 메르켈 ‘독립선언’ 겨냥 맹비난
파리기후협약 탈퇴 예고 트윗도
‘대서양 동맹’의 핵심국인 미국과 독일의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으면서 서방의 결속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1일 오전 트위터에 “파리기후협약에 대한 결정을 며칠 안에 내리겠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CNN이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보도한 거의 같은 시간에 올라온 것으로 사실상 협정 탈퇴를 예고하는 듯한 글이었다.
세계 최대 산업국인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면 협약의 근간이 무너지기에 유럽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CNN은 유럽과의 관계 악화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요 정책까지 뒤엎는 중대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유럽 순방 중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다른 6개국의 협약 잔류 압박에도 합의안 서명을 거부했다.
두 국가의 거리가 대서양만큼이나 멀어졌다는 평가가 이미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사실상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데 이어 트럼프가 독일을 두고 ‘매우 나쁘다(very bad)’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우리는 독일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고, 독일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군대에 내야 할 돈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내고 있다”며 “(독일의 이런 상황은) 미국에 매우 나쁘다. 이건 바뀔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지난달 28일 메르켈 총리가 뮌헨 유세에서 “유럽인이 다른 나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대는 끝났다. 유럽인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미국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된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4번째 임기에 도전하는 메르켈은 9월 총선을 앞두고 트럼프에게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이어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르켈의 정적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마저 선거 기간인데도 메르켈을 옹호하며 트럼프의 대외정책을 강력히 비판하는 상황이다. 슐츠는 “트럼프가 브뤼셀에서 독일을 대변하는 수장 메르켈에게 모욕을 준 건 용납할 수 없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유엔을 파괴하고 국제외교를 정치적 협박으로 대신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U 회원국들도 미국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자는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30일 미국과의 관계가 아무리 중요해도 기후변화, 열린 사회, 자유무역 등 근본 가치를 저버릴 순 없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트럼프와 메르켈의 사이는 매우 좋고, 유럽 전체를 중요한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대서양 동맹의 균열은 이미 너무 벌어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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