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견제’ 이해 일치, 다시 손잡는 美-유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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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서 손떼라’ 최후통첩
G7 외교장관 회의서 논의… 러 “진짜 전쟁 날수도” 발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삐걱거렸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미국의 시리아 공습을 계기로 공고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한 고위 관료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6년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킬 결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의 힘의 균형을 깰 레버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을 응징한 이번 공습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독불장군의 이미지를 벗고 지도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까워지던 미-러 관계의 틈을 벌릴 여지가 생겼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리비아 등 중동 정세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노선을 택하면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부터 러시아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러시아 측에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지지 철회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 철군을 요구하는 주요 7개국(G7)의 최후통첩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9일 보도했다. G7 외교장관들은 10일부터 이틀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 루카에 모여 시리아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을 포함한 G7은 러시아가 최후통첩에 응하지 않을 경우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합병 이후 가하고 있는 경제제재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러시아가 G7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G8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인책도 제시할 계획이다. G7은 1997년 러시아가 가입하면서 G8로 확대됐다. 하지만 2014년 크림 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다시 G7으로 축소됐다.

이번 G7 회의에서 미국과 유럽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할 숙제도 많다. 시리아 공습 이후 혼란스러운 미국의 메시지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시리아의 정권 교체가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의 첫 번째 우선순위는 이슬람국가(IS) 격퇴”라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정치적 해법 이외에 추가로 시리아 공습을 할 경우 유럽이 이에 동참할지 여부도 논의 대상이다.

러시아도 미국과 유럽의 협공을 견제하고 나섰다. 주영국 러시아대사관은 “영국과 미국이 이번 주 최후통첩을 한다면 그건 진짜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시리아#트럼프#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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