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버럭 트윗’ 신경쓰이겠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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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오류-수정-삭제된 내용까지 美 국가기록물로 보존하기로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위대한 미국인들을 섬기게 돼서 영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1월 21일 트위터에 이런 ‘멋진 포부’를 밝혔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영광이다’란 단어를 ‘honored’가 아닌 ‘honered’로 잘못 쓴 사실이 알려지며 급기야 ‘맞춤법도 틀리는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타를 수정했다가 나중엔 아예 해당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논란은 더 커졌다. 해당 글이 개인 트위터 계정(@realDonaldTrump)에 올라왔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글을 임의로 수정, 삭제해도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1978년 제정된 미국의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 등 핵심 관료의 재임 중 기록은 전부 국가가 소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날로그, 디지털을 포함해 어떤 형식의 기록도 다 해당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개인과 공식 트위터 계정에 쏟아낸 모든 글은 원본뿐만 아니라 수정, 삭제된 부분까지 모두 공식 국가기록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이런 사실은 데이비드 페레로 국가기록원(NARA) 원장이 민주당 클레어 매커스킬(미주리), 톰 카퍼 상원의원(델라웨어)에게 보낸 답장 편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3일(현지 시간) 알려졌다.

이 의원들은 페레로 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지우거나 고치는 일이 잦다며 보존 필요성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7일 ‘가짜 뉴스(뉴욕타임스, CNN, NBC뉴스)는 미국인의 적’이라며 비난했다가 3시간 뒤엔 명단에 CBS와 ABC를 슬쩍 추가했다. 지난해 7월 2일엔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의 사진에 ‘역대 가장 부패한 후보’란 문구가 들어간 육각형 별 그림을 첨부했다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대인에게 달게 했던 ‘다윗의 별’을 연상시킨다”는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NARA 측도 2월 2일 백악관 법률 사무실을 찾아 트윗 보존을 요청했고, 백악관은 내부 검토를 통해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트윗을 어떻게 보존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윗도 보존됐는데 당시엔 자동 보존 장치가 사용됐다.

자신이 남기는 한 글자, 한 글자가 모두 미국 역사의 기록으로 남게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질’이 얌전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는 대선에 도전하던 지난해 4월 ‘트위터 독설’이 구설에 오르자 “대통령에 당선되면 트위터를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일부터 3월까지 개인 트위터 계정에 올린 트윗 수는 357개. 같은 기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올린 글(37개)의 10배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5개꼴로 트윗을 단 반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틀에 하나꼴이었다.

트위터 애호가인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심경은 편하지 않다. 매클래치-마리스트가 지난달 22∼27일 18세 이상 미국인 106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사용에 대해 ‘신중하지 못하다’고 답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트위터#트럼프#미국#국가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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