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맞는 트럼프, 골프채 대신 탁구채 잡아야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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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中탁구팀 초청했던 닉슨처럼 관계개선 전기 마련 필요” 제안
시진핑, 아베와 달리 골프 안쳐… 마러라고 리조트서 숙박 안할듯
정상회담外 다른 일정 안 잡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초호화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초호화 리조트 마러라고에서 6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 동아일보DB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가방을 잠시 닫고 탁구채를 꺼내들어야 할 때다.”

CNN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탁구팀을 초대해 미중 데탕트를 이끈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을 본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이같이 제안했다. 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할 예정이지만 두 정상의 골프 라운딩은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시 주석은 골프를 전혀 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도 두 정상이 플로리다에서 25시간을 함께 보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특히 골프를 부패의 상징처럼 인식한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반부패 운동의 하나로 공산당원들의 골프 라운딩을 강력히 단속했고, 공직자들에게 골프 금지령을 내렸다. 그 여파로 중국 전역의 골프장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설사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를 쌓기 위해 마지못해 골프장에 나타나더라도 두 정상이 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마러라고 방문 때처럼 27홀 골프를 즐기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은 미국이 견제해야 할 국가일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무역 불균형,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의 충돌을 예고한 상태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와 달리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잠을 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비밀경호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마러라고에서는 정상회담 이외의 다른 일정은 잡혀 있지 않다고 전했다. 플로리다 주 현지 언론은 시 주석이 차로 15분 떨어진 ‘오팜비치 리조트 앤드 스파’에 머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미국 방문에 앞서 4일 핀란드를 찾았다. 미국만을 방문하는 여행길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찾는 순방임을 강조해 대국의 체면을 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마러라고에서 두 정상이 언론을 향해 어떤 포즈를 취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만남에서 19초간 악수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아베 총리를 비롯해 다른 나라 정상들을 편하게 대하는 특유의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시 주석에게는 선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정상회담에서 불편한 논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친근감을 표현할 경우 시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 이어 겨울 백악관으로 불리는 마러라고에 초대된 두 번째 정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세계 질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 정상으로서 시 주석을 예우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6일 오후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 성명을 발표한 이후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공식 만찬을 할 예정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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