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녀 강간 한국인 무죄 판결? 알고 보니 가짜 뉴스…왜?

  • 동아닷컴
  • 입력 2017년 2월 9일 15시 10분


코멘트
사진=대한민국 민간 보도 사이트 화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다.
사진=대한민국 민간 보도 사이트 화면. 사이트는 현재 폐쇄됐다.
‘혐한’ 관련 내용을 주로 다룬 허위 기사를 유포해 물의를 빚었던 한 일본인 남성이 돈벌이를 위해 ‘가짜 뉴스’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가짜 뉴스 사이트 ‘대한민국 민간 보도’를 만들었다는 일본인 남성(25·무직)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최근 버즈피드 일본판과 인터뷰를 했다. 그는 “빠르게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들었다”며 “정치적인 기사를 퍼뜨리고 조회수를 올려 이익을 얻으려고했다”라고 사이트 개설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일본인 소녀 2명을 백화점에서 강간한 한국인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기사가 일본인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특히 혐한단체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 모임) 회장 사쿠라이 마코토가 기사를 공유하며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약 2만 건 넘게 공유됐다. 하지만 이는 출처가 없는 ‘가짜 뉴스’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현지 뉴스’라는 블로그를 개설해 ‘혐한’ 허위 기사를 올리다 올해 1월 ‘대한민국 민간 보도’ 사이트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서 그는 “미국 차기 국무부 장관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에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검찰이 인육을 가공해 판매한 혐의로 한 식품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등 근거없는 허위 뉴스를 양산했다.

이 남성은 “이 사이트에 있는 기사는 모두 가짜”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확산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읽었다”며 “일본에서도 이 같은 수법이 먹히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 ‘사건’ ‘스포츠’ 등 다양한 기사를 최대한 많이 작성하고 배치해 사이트가 제법 그럴싸해 보이도록 꾸몄다. 직접 작성한 기사를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번역한 뒤 따로 한국어 뉴스 사이트를 만드는 치밀함도 보였다. 한국 사이트가 출처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남성은 “한국에는 가 본적이 없으며 좋지도 싫지도 않다. 한국어도 전혀 할 줄 모른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을 가짜 뉴스의 소재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관련 이야기는 요즘 일본 인터넷상에서 자주 화제가 된다. 기사가 ‘가짜’라고 해도, 한국 이야기라면 어떤 화제라도 믿고 싶다는 사람, 퍼뜨리고 싶다는 사람이 많아 콘텐츠를 만들기 쉬웠다”며 “외국 이야기면 법적 책임을 피하기도 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오를 부추기는 기사는 확산하기 쉽다”며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 나쁜 일이긴 하지만 루머가 없는 세상은 없다.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며 얻은 수익에 관해서는 “5000엔(약 5만1000원)”이라며 “운영에 쓴 비용은 1만4000엔(약 14만2000원)으로 적자였다. 일본 정도 규모에서 가짜 뉴스로 수익을 얻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