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亞太정책, 미지의 영역에 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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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D-1]美-中-日 전문가 인터뷰
진보 겐 日 게이오대 정책학부 준교수
美, 안정적 존재감 보여주지 못하면 韓-日 안보협력도 지속 어려워

 일본의 국제정치학자 진보 겐(神保謙·43·사진) 게이오대 종합정책학부 준교수는 1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세계는 미지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존재감 없이는 일본의 역할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진보 교수는 트럼프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대해선 “매우 불투명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했다. 먼저 좋은 쪽은 당장 충격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모두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인물이고, 트럼프 자신도 “국방비를 증액해 미군 재건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싶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 정권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고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집권 뒤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감을 늘린다면 이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된다고 진보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나쁜 시나리오가 이보다 더 많다고 그는 밝혔다. 트럼프가 지역 문제에 소극적 자세를 보임으로써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섬 공사를 확대하거나 북한이 핵 위협을 높이는 등의 행동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트럼프 정권이 안보에서도 충동적 태도를 취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정권이 한국과 일본을 뛰어넘어 직접 북한 중국 등과 ‘그랜드 바겐’을 시도할 경우 한미, 미일 동맹에 큰 균열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미일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도 트럼프에게 미일 동맹이 아시아태평양 질서의 기반이며, 일본이 미일 동맹 안에서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아시아 역내에서 독자적으로 안보협력 관계를 늘리려 하고 있지만 그 전제는 미국의 건실한 존재(presence)”라고 강조했다. 가령 한국과 일본의 안보협력, 필리핀과 일본의 안보협력도 미국이 이 지역에서 안정적 존재로 버텨주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적 색채에 대해서는 “트럼프의 경제 어젠다는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중하류층의 시련을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무역을 제한하면 물가가 상승하고 생산성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국민이 이게 트럼프의 정책 탓이라고 눈치채지 못한다면 트럼프는 이 노선을 고수할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이 이를 인식하게 된다면 2년 뒤 중간선거, 혹은 4년 뒤 대통령 선거에서 보호주의 정책은 수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트럼프#인터뷰#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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