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 뒤흔드는 ‘푸틴의 손’… 오바마-트럼프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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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대선 개입’ 일파만파… FT “오바마, 퇴임전 러에 보복”

 내년 1월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선언하고 나서 임기 말 미-러 관계가 급랭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의원들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트럼프의 친러시아 정책을 경계하는 존 메케인 상원의원 등 주류 인사들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오바마가 백악관을 떠나기 전까지 러시아에 대한 보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것은 추가적인 경제 제재이거나 어떤 행태의 사이버 행동(공격)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많은 민주당 지지자가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라며 “백악관도 퇴임 전까지 러시아 해킹과 관련한 자체 보고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올해 마지막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내가 받아 본 정보에 따르면 민주당전국위원회(DNC)에 대한 해킹은 러시아 고위층의 지시로 진행된 것”이라며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명령 없이 일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라고 푸틴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이어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푸틴 대통령에게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해킹을 중단하라. 그렇지 않으면 중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라고 말했다.

 해킹 논란의 직접적 피해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도 비난 대열에 동참하고 트럼프 당선인도 반격에 나서면서 미국 내 신구(新舊) 행정부 간 갈등도 심화될 조짐이다. 클린턴은 15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후원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나에게 개인적인 불만을 품고 해킹 공격을 명령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국장으로 지명한 모니카 크롤리가 대선 때 푸틴에게 클린턴의 e메일을 해킹하라고 주문한 사실도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크롤리는 6월 국무부가 클린턴의 e메일을 향후 27개월 동안 공개하지 않기로 하자 트위터에 “푸틴이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15일 펜실베이니아 주 허시에서 열린 대선 승리 감사 연설에서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을 지칭해 “이 바보 같은 녀석”이라고 욕설을 했다. 16일 트위터에선 “러시아든 누구든 해킹을 했다면 왜 백악관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힐러리가 대선에서 패배하자 이를 문제 삼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아냥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는 16일 “오바마 대통령이 해킹에 대해 얘기하려면 증거를 대야 할 것”이라며 “그러지 않으면 아주 무례하게 보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공화당 소속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16일 성명을 내고 “대선은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러시아 정부의 사이버공격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오바마 정부는 물론이고 새로 들어오는 트럼프 정부의 관련 관리들도 조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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