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주재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추진”… 중동정책 대전환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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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웨이 “중요한 우선순위로 검토”
이스라엘 “예루살렘이 수도” 주장
美등 국제사회 아직 인정 안해… 실현땐 ‘이-팔 공존’ 정책 기로에… 팔레스타인-아랍 반발 불 보듯
일각 “트럼프, 결국 포기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켈리앤 콘웨이 정권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이 12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줄곧 수도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해 오지 않았다.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면 사실상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하는 것이 돼 중동정책의 대격변이 예상된다.

 콘웨이 선임고문은 이날 보수논객 휴 휴잇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방안을 매우 중요한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며 “트럼프는 당선 이후 내게 사적으로 이런 얘기를 수차례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결정에 이스라엘 정부와 미국의 유대인들이 아주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언론에선 미국이 예루살렘 총영사관 인근 외교관 호텔을 차기 대사관 부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긴다는 말은 미국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 오랫동안 견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폐기하겠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나란히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원칙으로 이-팔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추구해 왔다.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무단으로 정착촌을 확대하면 미국은 ‘의도적인 평화 방해 공작’이라고 비판하며 이-팔 분쟁에서 균형의 추를 맞추려고 노력해 왔다.

 미국이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길 경우 아랍 국가와 팔레스타인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당시 서예루살렘을 차지했고 1967년 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하지만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미국은 ‘예루살렘은 1948년 영국령에서 벗어난 이후 그 어떤 주권의 영향을 받지 않아 왔고 광범위한 국제사회 협상을 통해 최종 지위가 결정돼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측은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어떤 행정부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아 왔다”며 “(미국이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다면) 이-팔 분쟁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니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의 복잡성과 예민성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 빌 클린턴(민주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공화당)이 후보 시절 유대계 표를 위해 예루살렘으로의 대사관 이전을 공약했지만 취임 이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실현하지 못했던 선례를 볼 때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이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팔 간 평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인 데다 딸 이방카도 유대교로 개종할 만큼 가족이 친(親)이스라엘적인 정서를 공유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이번 기회에 강하게 밀어붙이려 하고 있어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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