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미폰 국왕 서거에 애도물결…구심점 잃은 태국, 경제 악재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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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서거로 태국 현지는 나라의 큰 별을 잃은 슬픔으로 술렁이고 있다. 국왕이 서거한 13일 그가 머물던 방콕 시리라즈 병원 앞은 조문객들로 붐볐다. AFP통신은 이날 태국 뉴스 웹사이트들이 애도를 위해 흑백 화면을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왕실 측은 14일 오후 국왕의 시신을 병원에서 왕궁 내 에메랄드 사원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태국 정부는 앞으로 1년간을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30일 동안 축제를 금지하기로 했다. 14일부터 한 달간 전국 각급 관공서 및 학교 등 주요 건물에는 조기가 게양되며 공무원들은 검은 상복을 착용한다. 17일 예정된 관광명소 코팡안의 대표적 행사인 '풀 문 파티'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왕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태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미국 CNN머니는 정신적 지주였던 푸미폰 국왕의 별세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와 반대파 사이의 갈등으로 분열된 태국이 이번 국왕 서거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태국 증시 SET지수는 이번 주 5% 하락했으며 바트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에 비해 2% 떨어졌다.

후계자는 와찌랄롱꼰 왕세자(64)가 될 예정이다.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13일 "푸미폰 국왕이 1972년에 이미 왕세자를 후계자로 지명했다"며 "그는 국왕 후계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와치라롱껀 왕세자는 아버지였던 푸미폰 국왕과 달리 잦은 이혼과 각종 기행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어 정국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각국 정상들은 70년 재위 기간 동안 '살아있는 부처'로 통할 정도로 국민의 지지를 얻은 국왕의 서거에 깊은 애도와 함께 국왕의 리더십과 헌신에 존경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백악관 공식 성명을 통해 "푸미폰 국왕은 위엄 있고 친밀한 미국의 친구였다"며 "2012년 태국을 방문했을 때 특유의 우아함과 따뜻함을 경험했다. 그는 진심으로 태국인을 사랑하고 연민했던 국왕"이라고 추모했다.

푸틴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푸미폰 국왕은 태국 국민으로부터 진실한 사랑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존경을 받은 인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성명에서 "재위 기간에 태국의 6·25전쟁 참전으로 우리나라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푸미폰 국왕의 서거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도 국왕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김수연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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