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中시장진출 성공 ‘옛말’…中 자국 브랜드, 상품성·가격서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16시 53분


2002년 현지 합작법인 형태로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8월 중국 시장에서 각각 5.2%, 2.8%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1년 각각 6.3%, 3.7%였던 것보다 1%포인트 가량 감소한 것이다. 그 사이 중국의 완성차 브랜드들은 점유율을 29.1%(2011년)에서 32.9%(2016년 1~8월)로 끌어 올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최근 현지 업체들에게 완전히 넘어갔다"며 "중국 브랜드 차량이 상품성을 향상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점유율에서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기업에 의한 중국 경제'라는 틀이 잡아가면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외국 기업의 설자리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동차, 휴대전화 등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드론, 로봇 등 첨단 분야에서도 내수는 물론 해외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로 성공을 꾀한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단 얘기가 나온다.

●사실상 자국 시장 과점한 중국 기업들

중국 내 자동차, 휴대폰 시장은 이미 자국 브랜드가 과점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가 4일 발표한 '중국 내 첨단제품 시장에서 중국굴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에서 팔린 승용차의 42.9%는 중국 자국 브랜드다. 2014년 38.4%였던 비중이 꾸준히 올랐다.

올 상반기 중국 휴대전화와 평판TV 시장의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각각 88.9%, 85.0%에 이른다. 2007년 비중이 각각 48.0%, 60.0%였던 것과 완전히 달라졌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외국자본 유치형 성정전략을 유지했던 중국이었지만 이젠 자국 브랜드가 내수 시장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셈이 됐다.

자국 시장을 꽉 잡은 중국 브랜드들은 해외서도 선전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삼성, 애플 다음으로 출하량 3~5위를 차지했다. 3위 화웨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8.6%)보다 0.8% 포인트 오른 9.4%로 애플(11.4%)을 바짝 추격중이다.

첨단 분야에선 중국 기업의 성장이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은 올 상반기 중국 시장 점유율 97.0%를 차지했다. 1위 업체는 비야디(比亞迪·BYD)로 4만3200대를 팔았다. 드론 업체 'DJI'는 지난해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7%를 점유했다. 중국 내 산업용 로봇시장에서의 자국 브랜드 판매 비중도 2013년 26.0%에서 지난해 32.5%로 성장했다.

자국 기업이 급성장하다보니 중국의 전체 수출액 중 외국인 투자기업의 비중은 2010년 54.6%에서 지난해 44.2%로 하락했다.

●중국의 '자국 기업 편들기' 논란

중국 내 자국 기업이 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편들기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 정책으로 외국 자본 기업에 대한 우대를 해왔다. 외국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자국 시장을 내준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2008년부터 자국기업(33%)에 비해 외자 기업(15~24%)에 유리했던 법인세율을 첨단산업 등 일부를 제외하고 25%로 단일화했다.
올해 6월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업체'를 발표하면서 삼성SDI와 LG화학을 뚜렷한 이유 없이 탈락시켰다. 애플은 특허침해의 이유로 베이징시 당국으로부터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의 판매 중지를 당하기도 했다. 당시 애플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업체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중소업체여서 자국 기업 편들기가 노골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이 '첨단 분야의 선진 기술을 흡수하는 한편 자국 시장도 내주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기업과의 파트너링, 수출과 투자 연계 등을 모색하면서 중국의 틈새시장을 염두에 둔 연구개발(R&D)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은서 기자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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