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빠진 메르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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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당, 베를린 선거도 참패… 17.6% 득표 그쳐
사민당과 ‘수도 연정’ 무너져 내년 총선 4연임에도 빨간불

18일 치러진 독일 수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기독민주당이 17.6%를 얻는 데 그쳤다. 메르켈 총리는 4일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데 이어 통독 이후 역대 베를린 주의회 선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반면 5년 전에 없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4.2%를 얻어 주의회 입성에 성공했다.

이날 선거에서 기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21.6%를 얻어 최다 의석 정당 자리를 지켰다. 좌파당은 15.6%, 녹색당은 15.2%, 자민당은 6.7%를 득표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을 비롯한 독일 언론은 이번 패배의 원인으로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정책에 대한 심판보다는 두 거대 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염증과 동독 출신이 많은 동베를린 지역의 경제·교육 박탈감을 꼽았다. 실제로 베를린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6%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로 베를린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연임에 성공한 사민당 소속 미하엘 뮐러 베를린 시장은 선거 전 연정 파트너로 녹색당을 지목했다. 사민당이 15%를 넘긴 녹색당, 좌파당과 연정을 구성할 경우 기민당은 베를린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한다.

최근 사민당은 난민 포용 정책, 미국과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체결 등 주요 사안마다 메르켈 총리와 부딪치고 있어 베를린의 연정 붕괴는 내년 총선 이후 정부 연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민당 일부 세력마저 메르켈 총리에게 20일까지 난민 정책을 바꾸지 않을 경우 당내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기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도 난민 유입 수를 제한하는 난민상한제를 요구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연임을 노리는 메르켈 총리는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셈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메르켈#기민당#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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