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자 사면 없다”… 끝내 ‘장벽’ 쌓겠다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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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장벽 건설비용 멕시코가 내야” 멕시코 대통령 “돈 낼 생각 결코 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가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을 재확인하며 최근 이민자 정책을 놓고 일었던 갈지자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가진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에 대한 사면은 없다”며 초강경 이민자 정책 10개 항을 발표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날 정책은 급증하는 미국 내 히스패닉 유권자(11월 8일 대선일 기준 2270만 명 추산)에게 러브콜을 보내기보다는 백인 노동자 등 기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피닉스 유세 직전엔 멕시코로 날아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만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지만 피닉스에서의 거친 유세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불과했다.

그는 피닉스 유세에서 이민자 정책에 대해 “주권국가로서 미국을 사랑하고 우리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또 “멕시코 접경 지역에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 결코 뚫리지 않는 아름다운 대장벽을 건설할 것이며 건설비용은 멕시코가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서는 “이들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조국으로 돌아가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재입국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추방 여부와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불법 이민자 중 강도나 마약사범 등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취임 첫날부터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색출하고 추방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방 이민세관국(ICE) 산하에 ‘불법이민자추방태스크포스’를 두겠다”고 했다. 또 시리아와 리비아의 난민 수용이 미국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이민 심사 과정에서 사상 검증을 도입하고 비자법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유세에 앞서 트럼프는 이날 전용기 편으로 멕시코를 깜짝 방문해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1시간가량 회동했다. 이어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멕시코는 서로 협력할 대목이 많다”, “장벽 건설비용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부드러운 모습을 보였다.

CNN은 “트럼프가 대선 후보로서 이민자 문제를 외국 정상과 해결하려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이민자 정책 발표를 위한 사전 이벤트였다”고 평가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회동 후 트위터에서 “트럼프와 만나자마자 ‘멕시코는 장벽 건설 비용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의 만남 자체가 들러리였다는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에 가서 사진 찍는 게 외교냐”라고 비꼬았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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