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前대통령 조카 “트럼프를 미쳤다고 하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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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아무리 이상해도 ‘미쳤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케네디 가문의 일원으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로드아일랜드) 출신인 패트릭 케네디(49)가 8일자 워싱턴포스트에 “트럼프를 미쳤다고 부르는 일을 멈춰 달라. 정신질환자들을 폄하하는 짓”란 칼럼을 기고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동생으로 2009년 숨진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막내아들인 그는 정신질환자의 치유를 돕는 일에 앞장서왔다. 1995~2011년 하원의원을 지낸 그는 정계은퇴한 후 미국 의료체계 개편을 위한 ‘케네디 포럼’을 창립하고 뇌기능장애 치료를 돕기 위한 ‘원 마인드 포 리서치’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회고록 ‘공통의 투쟁: 정신질환과 약물중독의 과거와 미래를 헤쳐 간 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자신은 물론 케네디가문 사람들이 겪은 약물남용과 알코올 중독 같은 정신질환 병력을 공개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케네디 전 의원은 칼럼에서 자신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가 정신병자가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정확한 진단 없이 누군가를 향해 “미쳤다, 사이코패스다, 제정신이 아니다,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다, 비정상적이다”라고 말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그는 1963년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발표한 정신질환자를 위한 공동체 선언에서 “더 이상 그들을 따돌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던 것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표현들이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표현이 뇌기능장애 환자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나서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자신도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지만 ‘미쳤다’라는 표현 말고도 트럼프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들(공화당)은 저급하게 나가지만 우리(민주당)는 고급스럽게 가자”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민주당전당대회 연설문을 인용하면서.

케네디 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뇌기능장애를 겪는 정치인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같은 신체질환을 지닌 정치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고모부였던 사전트 슈라이버가 1972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이던 토머스 이글턴을 대신해 부통령후보가 된 것이 이글턴의 신경쇠약증세 치료경력 때문이었다며 이 같은 일이 되풀이 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또 그 슈라이버의 부인이자 자신의 고모 유니스가 스페셜 올림픽(지적발달장애인 특수올림픽)을 창설함으로써 ‘정신지체아’라는 표현을 퇴출시켰음을 상기시켰다. 그는 정신질환을 신체질환과 동등하게 취급할 때 그 치유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를 향해 미쳤다고 말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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