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의 ‘퍼스트맨’ 모델?… 힐러리 발목잡을 골칫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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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엇갈리는 ‘2인자’ 클린턴

“오늘 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익숙지 않은 ‘2인자’ 역할을 잘 해냈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주요 정당의 여성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아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을 위해 감동적인 찬조 연설을 끝낸 빌 클린턴 전 대통령(70·사진)을 CNN은 이렇게 평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11월 본선에서 승리하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초의 퍼스트맨(대통령의 남편)이 되고 공식적인 직함이나 직위 없이 대통령을 ‘내조’하는 2인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런 상황의 빌이 힐러리에겐 작지 않은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빌은 일이 없을 때 사고를 많이 쳤다는 것이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도 1995년 정부와 의회의 갈등으로 행정부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됐을 때 시작됐다. 퇴임 직후엔 백만장자 바람둥이들과 어울리며 타블로이드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NYT는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두 사람은 대통령과 퍼스트맨 사이이자 전현직 대통령이라는 정말 민감한 관계”라며 “그래서 백악관에서의 빌의 역할 규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국민건강보험 개혁 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가 야당인 공화당으로부터 ‘국민이 뽑지도 않은 제2의 대통령이냐’라는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만큼 대통령의 배우자는 운신의 폭이 좁다.

반면 “전직 대통령으로 국민적 지명도가 높고 각종 스캔들로 결함도 많은 빌이야말로 최초의 퍼스트맨으로 제격”이란 반론도 나온다. 백악관 연구 전문가인 케이트 브로어 씨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역사상 퍼스트레이디는 완벽한 여성, 완벽한 아내, 완벽한 엄마의 모습만을 요구받아 왔다. 퍼스트맨에게 퍼스트레이디의 그런 역할을 그대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유리천장 깨고 등장하는 힐러리 연출 26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된 직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멀리 뉴욕에서 대형 화면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역대 남성 대통령들의 얼굴이 등장하고(사진①) 잠시 뒤 유리벽이 산산이 부서지며(사진 ②) 웃고 있는 클린턴이 나타났다(사진 ③). 사상 첫 미국 주요 정당의 여성 후보가 돼 유리천장을 깨뜨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어 “빌이 자기 나름의 역할이 있는 퍼스트맨의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만약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그 남편(하버드대 법대 교수)도 자기 일을 하면서 퍼스트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빌이 대통령 힐러리의 해외 순방에 동행할지, 상대국의 퍼스트레이디와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도 벌써부터 관심거리다.

최초의 ‘대통령 남편’에 대한 명칭도 정리되지 않았다. ‘퍼스트 젠틀맨’이란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NYT는 “너무 구식 느낌이 난다”고 지적했다. 힐러리는 “남편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여서 퍼스트 듀드(dude)나 퍼스트 메이트(mate)로 부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힐러리 클린턴#빌 클린턴#퍼스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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