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절망을 거부한다” 갈등 치유 손잡은 前現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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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범에 숨진 경찰관 추도식… 오바마 “美, 불가능에 맞서 전진”
부시, 고향의 비극에 단합 역설

12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 모턴 H 마이어슨 심포니센터. 이달 7일 흑인 용의자의 저격으로 사망한 백인 경찰관 5명의 추도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나란히 섰다. 9·11테러 이후 최악의 경찰 참사로 불리는 국가적 비극에 인종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전현직 대통령이 손잡는 장면을 선보인 것이다.

CNN 등 미 언론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망한 경찰관들의 영정 사진이 놓인 의자 옆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30여 분 동안 사회 통합을 강조했다.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지만 흑백 갈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현실에 오바마 대통령은 다소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하지만 특유의 감성 어린 목소리로 “미국은 보기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며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 분열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최근에 더 악화돼 왔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런 절망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고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불가능에 맞서 얼마나 진전해 왔는가”라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희생된 경찰 5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제복을 입는 순간부터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지만 당신들은 신성한 의무를 다해왔다”고 애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까지 성경을 찾아가며 연설문 대부분을 직접 썼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인 텍사스에서 벌어진 비극에 대해 “우리는 결코 피와 출신 배경으로 묶인 적이 없다. 정신과 이상에 관한 약속으로 맺어져 왔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연설 후 성가대가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군가인 ‘공화국 전승가’를 부르자 오바마와 부시 부부는 일어나 일부 소절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특유의 장난기가 발동해 다소 신이 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포착돼 소셜미디어에선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경찰#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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