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마지막 왕손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푸드 트럭을 몰며 파스타를 팔아 화제다. 주인공은 이탈리아 마지막 왕인 움베르토 2세의 손자 엠마뉴엘 필리베르토 씨(44).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그가 이탈리아의 마지막 왕가인 사보이왕가(1861~1946)를 상징하는 푸른색 트럭을 몰고 로스앤젤레스(LA) 등을 누비고 있다고 8일 전했다.
필리베르토 씨는 “6개월 전 LA에 왔을 때 멕시코와 아시아 음식을 파는 트럭들이 즐비한 것을 봤다. 그때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탈리아 음식들을 직접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이색 도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요리사를 채용해 새우와 조개가 들어간 페투치네, 송로버섯이 들어간 링귀네 등 이탈리아 요리를 15달러(약 1만7000원)에 선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인들은 공원 벤치에 앉아 점심을 간단히 먹기 좋아하는데 그들에게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몰락한 왕조의 후손은 삶이 순탄치 않았다. 1946년 이탈리아가 국민투표로 공화국을 선포한 후 스위스로 망명한 사보이 왕가는 2002년 이탈리아 의회가 입국을 허용하기 전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필리베르토 씨는 이후 이탈리아의 TV프로그램인 ‘댄싱 위드 더 스타’에도 출연했지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전자담배 광고에 나와 “(전자담배를 이용하면) 섹스를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움베르토 2세의 유일한 손자인 그는 왕정이 이어졌다면 왕이 될 가능성이 높았던 인물이다.
필리베르토 씨는 푸드트럭 옆에 ‘베니스의 왕자(Prince of Venice)란 상호를 달았다. 이탈리아 정부로서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결혼해 두 아이가 있는 필리베르토 씨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없다. 단지 할아버지가 내게 준 명칭일 뿐”이라며 “사업이 번창하고 일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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