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총가진 사람, 마약상 쏴죽여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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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축하연서 공언… “시신 가져오면 생포보다 더 줄 것”
‘범죄와의 전쟁’ 빌미 법치실종 우려

30일 취임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71·사진)이 “총을 가진 사람은 마약상을 쏴 죽여도 된다”고 공언했다. 거물 마약상을 죽여 시신을 가져오면 생포해오는 것보다 더 많은 포상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6일 CNN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당선인은 4일 다바오 시에서 열린 당선 축하연에서 “시민이 직접 법을 집행해도 괜찮다”며 “마약상이 저항하거나 경찰서에 가기를 거부하면 죽여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말 공약했던 마약상 체포 포상금을 300만 페소(약 7659만 원)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밝혔다. 마약상을 죽여 시신을 가져오면 500만 페소(약 1억2765만 원), 생포해오면 499만9000페소를 주겠다는 것이다. 마약상을 죽인 사람에게는 직접 메달을 수여하겠다고도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마약과 연루된 경찰도 죽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야 개자식아. 널 꼭 죽일 거야”라고 경고했다. 그는 마약 범죄에 연루된 마닐라 경찰 3명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이름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해당 경찰들이 빨리 사퇴하지 않으면 이름을 공개해 톡톡히 망신을 주겠다고 했다.

두테르테 당선인은 취임 후 6개월 안에 부패와 범죄를 소탕하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됐지만 시민에게까지 범죄자 사살을 권장하자 사법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그가 22년간 다바오 시장을 지내며 운영해온 자경단은 범죄자 1700여 명을 재판 없이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재직 시절 납치 사건이 벌어지자 “범인에게 직접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마약상#두테르테#필리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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