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번에는 中 화웨이 조사…“5년치 北수출 내역 제출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1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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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북한 등 미 정부가 지정한 제재 대상국에 기술 제품을 수출 또는 재수출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중국의 스마트폰 등 전자·통신제품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에 요구했다. 미 재무부가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맞물려 북핵 해법을 놓고 미중 간의 갈등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5년 치 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웨이가 본사가 아닌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국가로 보낸 화물 내역 기록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소환장은 텍사스 주 플레이노에 있는 화웨이 미국 지사로 최근 발송됐다.

NYT는 “화웨이 관계자들에게 지난달 상무부가 개최한 관련 회의에 직접 참석해 증언하거나 그 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소환장에 담겨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화웨이가 수출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관련 의혹이 있으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제재 대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무부는 NYT에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화웨이는 조사와 관련해 “회사가 진출한 국가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출 규정 준수와 관련한 강력한 회사 정책도 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올해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ZTE가 이란 등 제재국에 미국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해 규정을 어겼다며 제재를 가한 바 있다. ZTE는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제재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으며 미 상무부는 3월 말 ZTE가 미 정부와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풀어줬다.

워싱턴 정가에선 화웨이의 회사 규모가 ZTE보다 훨씬 큰 만큼 상무부가 벌이는 이번 조사의 파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4년 말 현재 화웨이 매출은 600억 달러(약 71조원)로 ZTE의 4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슨과 함께 안테나 등 최대 통신장비 공급업체로 꼽힌다.

또 화웨이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조사기준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8.3%로 삼성전자(23.2%), 애플(14.8%)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이란과 시리아 등 제재 국가에서도 사업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특히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북한에도 판매되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은 보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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