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유겐트’ 러시아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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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5월 애국 군사운동단체 ‘유나르미야’ 출범시켜… 청소년 ‘사상학습 - 군사교육’ 강화

유니폼을 입은 유나르미야 소속 청소년들이 총기 조립 훈련을 받고 있다. 제복 차림의 청년 단체는 파시즘의 주요한 특징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유니폼을 입은 유나르미야 소속 청소년들이 총기 조립 훈련을 받고 있다. 제복 차림의 청년 단체는 파시즘의 주요한 특징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청소년 조직 ‘히틀러 유겐트’를 연상시키는 준(準)군사조직을 출범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히틀러 유겐트는 나치당의 청소년 조직을 확대해 만든 전국 규모의 청소년 단체로 나치 사상을 학습하고 기초 군사교육을 받았다.

31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5월 22일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250km 떨어진 야로슬라블에서 러시아 국방부가 주관하고 푸틴 대통령이 후원하는 애국 군사 운동 단체 유나르미야 출범식을 가졌다.

유나르미야는 ‘젊은 군대’라는 뜻으로 공식 명칭은 ‘러시아군 후원단(the Voluntary Society of Support for the Army, Air Force and Navy)’이다. 냉전 시절 옛 소련이 유나르미야를 조직해 운영한 적이 있다.

이날 출범식에는 14∼18세 남녀 학생 104명이 대원으로 참석했다. 학생들은 ‘나는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할 것이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영웅들을 기억할 것이다’ ‘품격이 있는 러시아의 애국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다’ 등의 맹세를 했다. 러시아의 첫 여성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씨(79)는 이날 행사에서 “유나르미야에서 훈련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러시아군에 합류하기를 바란다”며 “조국의 진정한 수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나르미야는 군대와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며 본부와 자체 깃발 등을 갖고 있다. 전쟁사와 전략 전술 등 이론뿐 아니라 소총 분해 조립, 사격, 낙하산 하강 등 실전 군사훈련까지 받는다. 14∼18세가 대부분이지만 10세 어린이들도 참여할 수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유나르미야를 9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러시아에선 학교에서 군사교육을 한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 국방부가 애국 군사 운동까지 하는 이유는 러시아를 둘러싼 국제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2014년 미국, 유럽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계 주민들이 대거 거주하는 크림 반도를 침공했고 이후 자국 영토로 병합했다.

러시아는 크림 반도 병합 등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애국주의로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러시아는 올 초 애국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2배로 늘렸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에 봉사해야 한다는 애국주의가 고조돼 유나르미야를 조직했다”며 “일반적인 교육이 될 것이고 참여를 강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나르미야가 히틀러의 유겐트 조직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군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발렌티나 멜니코바 씨는 “어린이들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관변단체 대표인 안드레이 쿠로츠킨 씨는 “유나르미야를 통해 청소년들은 절제력과 애국심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푸틴#러시아#히틀러 유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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