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NYT 인터뷰서 비난
취임초부터 월가와 관계 불편… “높아진 세율에 짜증 부리는 것”
임기중 경제성과에 만족감 표명… “어떤 나라보다 금융위기 잘 극복… 국민이 성과 잘 몰라줘 아쉬움”
공화 주자들 경제공약은 “환상” 비판
“월가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6,000까지 떨어졌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6,000, 17,000까지 올랐는데도 계속 불평만 늘어놓고 있다. 내가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창업을 해 기업을 키웠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55·사진)이 1일 출간된 뉴욕타임스(NYT)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때부터 ‘불편한 관계’였던 월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재계에 대해선 우호적으로 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는 지속적으로 우리의 경제정책을 비판해 왔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월가 개혁이라는) 이념과 전보다 높아진 세율에 짜증을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초 언론 인터뷰에서 월가 금융인을 ‘살찐 고양이’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월가의 뚱뚱한 은행원들’, ‘국민들 분노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 등 거친 표현을 썼던 것에 대해서는 “월가 사람들은 기분이 상했겠지만 (나는) 매우 부드럽게 표현한 것이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등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프랭크-도드 법’을 제정한 것도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두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뷰는 NYT의 금융 칼럼니스트이자 경제전문 방송인 CNBC 앵커로 활동 중인 앤드루 소킨이 두 달 전부터 백악관, 플로리다 주 잭슨빌,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경제성과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다. 그는 “임기 중에 정책을 펴면서 금융시스템을 크게 흔들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버니 샌더스 민주당 경선 주자 같이 월가 해체를 주장해 온 사람이 계속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를 손봤을 뿐이지 해체나 척결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대사에서 어떤 나라보다 (금융 위기를) 잘 극복했다”며 임기 중 자신이 이룩한 성과를 국민들이 잘 모른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사람들은 경제를 ‘보지’ 않고 ‘듣는 대로’ 생각한다. 모든 경제 업적을 부정하고 이런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정당(공화당)이 있고 이 정당을 국민들의 40%가 지지하는 상황에선 성과를 알리기 어렵다”며 야당인 공화당에 화살을 돌렸다.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공약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소득층의 세금을 깎아주고 환경을 위한 규제를 없애 5∼7% 경제성장률과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건 경제학의 기초 지식만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부터 강조해 온 작은 정부의 효율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레이건 시절부터 사람들은 단순히 작은 정부를 만들면 비용이 적게 들어 나라 살림이 좋아진다는 신화를 믿고 있다”며 “이런 잘못된 신화를 깨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터뷰 중에 미국 기업인들과 상당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정치나 공공분야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기업을 창업하고 키우는 데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임기 초 재계와의 관계가 원만치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주목할 만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월가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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