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막말 퍼부은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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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질 당해… 中이 성폭행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
유세현장서 對美 무역흑자 비난… 백인 블루칼라 지지층 결집 노려
공화 일각 “고립주의 외교” 경고

“중국이 미국을 계속 성폭행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

연일 ‘중국 때리기’로 재미를 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사진)가 중국을 향해 또 막말을 쏟아냈다. 1일 CNN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는 인디애나 주 경선을 이틀 앞둔 이날 포트웨인 유세 현장에서 중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강도질을 당하고 있는 돼지저금통과 같다”며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가 시절인 2011년에도 뉴햄프셔 주의 군수 제조회사를 방문해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난달 2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선 “중국은 그동안 우리의 피를 빨아먹었다”며 “중국은 경제적으로 수년 동안 우리를 갉아먹었기 때문에 심지어 우리 없이는 생존할 수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책에 대해서도 “중국은 북한에 대해 누구보다 크고 엄청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자신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며 “중국이 먼저 북한을 옥죄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에 ‘당신들이 북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들과 거래를 많이 하지 않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선 “중국이 미국 앞에선 ‘걱정하지 말라. 북한을 따끔하게 혼내주겠다’고 해놓고 뒷방에선 북한과 함께 낄낄거리며 미국을 비웃는다”며 이중적인 중국의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성폭행’이란 말까지 써가며 중국을 맹비난하는 이유는 경선 막바지에 이르러 기존 지지층을 보다 강하게 결집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이 환율 조작과 불공정 거래로 미국을 죽이고 있다(killing)”란 주장을 되풀이하며 미국의 경기불황을 중국 탓으로 돌려 저학력, 저소득 백인 보수층의 몰표를 얻어왔다.

트럼프는 또 ‘성폭행’ 발언을 하면서 “중국에 화가 난 게 아니고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극도로 떨어지게 한 미국 지도자들에게 화가 났다”고 했다. 자신을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공화당 주류와 역시 주류 정치인인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한 것이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외교안보 전문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1일 CBS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라며 “또 다른 9·11(테러)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뉴스가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인디애나 주 공화당 경선에 참가하는 유권자의 49%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일시적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의 지지율은 34%,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는 13%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트럼프#고립외교#중국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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