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용 지불해야” 트럼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공식 언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16시 58분


코멘트
미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해진 도널드 트럼프(70)가 27일(현지 시간) “우리가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적정 수준의) 방위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들 나라가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준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국 일본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는 않았지만 방위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철수 및 핵우산 제거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미 워싱턴DC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자신의 외교노선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규정하고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비행기와 미사일, 선박 등에 수조 달러를 지출해왔다. 우리로서는 (동맹국에게 방위비 분담 압박을 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유세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와 자체 핵무장 허용 등을 주장했지만 이날은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외교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 정치적 무게가 예전과는 다르다. 트럼프 주장과 달리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매년 방위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해마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절반인 9200억 원을 내고 있다. 또 2019년 6월까지 매년 4%를 넘지 않는 선에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는 대북문제에 대해 “북한이 지속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핵 능력을 확장하는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무기력하게 쳐다만 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이 통제 불능의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우리의 경제력을 행사하며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한반도 공약은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두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한반도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2009~2013년)부터 공고한 한미동맹을 강조해왔다. 올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에도 성명을 내고 “우리 자신과 동맹인 한국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어떤 조치라도 북한을 상대로 취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대북문제, 특히 중국을 통한 대북 억제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클린턴은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한과 김정은을 압박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한미동맹 인식에 대해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소장은 “트럼프가 동북아의 전략적 가치를 모른 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동맹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거론하며 “미국의 완벽하고 총체적인 재앙이다. 미국의 제조업 지대를 공동화하고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유무역에 대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