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 안되면 판 뒤엎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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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승복 약속’ 뒤집기 선언
“공화당 전국위, 불공정한 대접… 다른사람 후보되면 지지 안해”
CNN “당 지도부에 공개적 경고”… 트럼프 선대본부장 폭행혐의 기소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0)가 자신이 공화당 후보가 되지 않으면 판을 뒤엎겠다고 밝혀 정가에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29일 미 위스콘신 주 밀워키에서 열린 CNN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나를 매우 불공정하게 대접하고 있다”며 공화당 지도부를 향해 불평을 털어놨다. 트럼프는 ‘다른 주자가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할 것이라는 지난해 약속을 여전히 지키겠느냐’는 물음에 “더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 등 다른 주자와 함께 공화당의 요청으로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서를 지난해 제출했는데 이 약속을 뒤집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이 과반 대의원(1237명)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화당 지도부가 7월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자신의 후보 지명을 대놓고 막으려 하는 것에 불만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CNN은 “트럼프가 경선에서 1위를 하고도 후보가 되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해 공화당의 정권교체를 저지하겠다는 것을 당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가 ‘말 바꾸기’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선 불복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들이 당 지도부의 ‘트럼프 낙마 시나리오’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기류와 닿아 있다. CNN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의 60%는 경선 1위 주자가 대선후보로 지명되는 게 타당하다고 응답했다. 또 NBC가 29일 공개한 조사에서도 공화당원 중 57%가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타운홀 미팅에 나선 크루즈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도 “다른 주자가 후보가 되면 지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아내와 가족을 공격하는 사람을 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가 자신의 부인인 하이디를 겨냥해 “부인의 비밀을 폭로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불쾌감을 그대로 드러낸 발언이다. 케이식도 “나라를 다치게 하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그의 편에 설 수 없다”고 단언했다. 누가 후보가 되든지 공화당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는 트럼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인 코리 르완도스키가 최근 여기자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도마에 올랐다. 플로리다 주 주피터 경찰은 8일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의 기자 미셸 필즈의 팔과 등을 잡아당긴 르완도스키를 ‘단순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는 “르완도스키가 폭행을 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최측근을 옹호했지만 크루즈는 “내 캠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당연히 관련자를 해고했을 것”이라며 트럼프를 비난했다. ‘리틀 트럼프’로 통하는 르완도스키는 기자회견 같은 행사에서 트럼프 바로 오른쪽에 서는 최측근이다. 트럼프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공화당#트럼프#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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