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西都市報]쓰촨성의 한국인-청두 한식당 ‘향토골’ 운영 한재령 씨 “진정한 쓰촨음식은 마라훠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영화 호우시절 촬영지, 200명 수용 식당 10년째




검은 안경테에 반듯하게 다려진 양복을 입은 50대의 중년이 바쁜 걸음으로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청두(成都)에서 10년째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한재령 씨(56·사진).

한 씨가 오기 전에 기자는 이미 테이블 위 반찬을 조금 먹은 뒤였다. 식당 지배인은 겸연쩍은 듯 사장 한 씨에게 “사장님이 늦는 것 같아 먼저 드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하하하” 크게 웃으며 “당신들 혹시 한국 드라마에서 어른이 먼저 식사하는 걸 본 게 아니냐. 요즘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다. 편하게 생각해도 된다”고 했다.

한 씨의 ‘향토골’은 시 중심에서 2km 떨어진 곳에 있다. 식당 안에는 한 씨가 연예인 안재욱 씨, 조정래 작가, 이한동 전 총리, 오명 전 부총리 등과 찍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배우 정우성 씨와 중국 스타 가오위안위안(高圓圓)이 향토골에서 찍은 영화 ‘호우 시절’의 한 장면도 붙어 있다.

한 씨는 2002년 중국에 처음 왔다. 베이징(北京)의 외국 기업에 일하다 나중엔 석탄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2006년 청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것을 알고 고향 사람의 식당을 인수했다. 그는 향토골을 식당과 회의장, 숙소를 합친 음식문화기업으로 일궜다. 최대 200명을 수용할 수 있어 한국 대기업이 청두에서 회의나 연회를 할 때 자주 찾는 곳이다.

한 씨가 중국 생활 중에 빠져든 취미는 등산과 음식 기행. “이것 좀 보세요, 정말 아름답죠?” 그는 스마트폰으로 펑저우(彭州) 거셴(葛仙)산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황금색 유채꽃과 흐드러진 배꽃이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 씨는 25명으로 구성된 한국인 산악회에 속해 있다. 지난 10년 간 쓰구냥(四姑娘)산, 다오청야딩(稻城亞丁) 풍경구 등 쓰촨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한 씨는 “청두는 옛 촉나라 지역으로 무후사 같은 문화 유적지가 많아 삼국지의 현장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쓰촨 음식으로는 마라훠궈(麻辣火鍋)를 추천했다. “마라훠궈를 먹어봐야 진정한 청두식 훠궈를 먹어봤다고 할 수 있죠! 한동안 먹지 않으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니까요.” 그는 “한국인 입맛에는 매운 쓰촨 음식이 딱 맞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화서도시보 기자 시에란안(謝燃岸)·인턴기자 양천(楊晨)
#쓰촨#한재령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