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야구외교’…카스트로와 나란히 친선경기 관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3일 14시 16분


코멘트
연설대에 나란히 서 미국과 쿠바의 ‘새 날’을 선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다음날(23일·한국시간)에는 야구장에 나란히 앉았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와 쿠바 국가대표의 친선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팀과 쿠바 대표팀의 경기는 1999년 이후 처음이다. 1971년 미국-중국의 수교를 튼 ‘핑퐁외교’에 견준다면 이번 미국-쿠바 국교정상화는 ‘야구외교’가 한 몫 한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바, 두 딸, 장모와 함께 쿠바 아바나의 에스타디오 라티노아메리카노 스타디움을 찾았다. 5만5000명을 수용하는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쿠바! 쿠바! 쿠바!”를 외치며 오바마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중앙석에는 존 켈리 국무장관, 수잔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오바마 대통령의 참모와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경기 직전 양 팀과 관중들은 벨기에 테러로 사망한 시민들을 위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나란히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전 탬파베이 선수들은 백스톱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팀의 에이스인 크리스 아처는 오바마 대통령과 한 동안 대화한 뒤 이날 등판한 좌완 맷 무어의 글러브를 전달했다. 오바바 대통령은 왼손잡이다. 페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도 입장 때부터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회원 데이브 윈필드와 반갑게 포옹하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 10여 분 동안 출연해 3명의 진행자와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이 중 ESPN 해설자 에두아르도 페레스는 쿠바 태생의 명예의 전당 회원 토니 페레스의 아들이다. 페레스는 오바바 대통령에게 카스트로 정권의 인권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3회 말이 끝나고 경기장을 나간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양키스의 주장 데릭 지터와 농담을 나누며 반갑게 해후했다. 또 최초로 흑백의 장벽을 허문 고 재키 로빈슨의 미망인 레이철 로빈슨과도 포옹하며 노고를 치하했다. 재키 로빈슨이 뛰던 브루클린 다저스는 1947년 쿠바 아바나에서 스프링트레이닝을 한 적이 있다.

이날 경기는 탬파베이가 제임스 로니의 2점 홈런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탬파베이 선두타자 다이론 바로나는 2013년 쿠바를 탈출해 이날 고향에 돌아와 경기를 펼친 첫 번째 쿠바 선수가 됐다. 이날 경기에서 바로나는 초구를 때려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역사적인 이 공은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 박물관에 전시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