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쿠바 TV쇼서 깜짝 ‘유머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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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진짜 오바마?”… “미국인과 쿠바인은 친구”
방문 이틀전 코미디프로그램 녹화
쿠바의 친근한 노인 캐릭터와 속어까지 써가며 전화 콩트연기

쿠바의 유명 코미디언 루이스 실버(왼쪽)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콩트 연기를 하고 있다. 루이스 실바 페이스북 화면 캡처
쿠바의 유명 코미디언 루이스 실버(왼쪽)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콩트 연기를 하고 있다. 루이스 실바 페이스북 화면 캡처
역사적인 쿠바 방문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국민의 3분의 2가 시청한다는 유명 TV 코미디쇼에 깜짝 출연해 ‘세련된 유머 정치’를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에서 쿠바 코미디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미국인과 쿠바인은 친구”라고 말했다.

20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이틀 전인 18일 쿠바의 스타 코미디언 루이스 실바가 진행하는 공중파 채널 ‘쿠바 TV’의 쇼 프로그램을 녹화했다. 장소는 백악관 집무실이었다.

3분짜리 영상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 맞춰 유튜브에 먼저 공개됐고, 쿠바 TV는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기간인 21일 오후 8시 반에 내보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를 부각시켜 1959년 쿠바혁명 이후 반세기 이상 적대 관계였던 양국 간의 거리감을 좁혀보려 애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실바가 연기하는 쿠바 캐릭터 ‘판필로’와 전화하는 콩트를 능청맞게 연기했다. 판필로는 은퇴한 뒤 한량처럼 지내는 어수룩한 노인으로 쿠바 국민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판필로는 오바마 대통령 방문 기간에 열리는 미국-쿠바 야구대회의 날씨를 걱정하는 것으로 콩트를 시작한다. 그는 날씨예보 안내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무작정 ‘카사블랑카’(‘하얀 집’이라는 뜻으로 백악관을 가리킴)에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은 것은 뜻밖에도 오바마 대통령. 판필로는 “당신이 진짜 오바마냐”라며 놀라워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당신이 TV에 나오는 진짜 판필로?”라고 놀라며 스페인 속어로 “말도 안 돼. 잘 지내느냐”고 질문을 던진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과 쿠바인은 친구”라고 반가움을 표시하고, 판필로는 “우리는 아미고(친구)가 맞다”고 화답한다.

판필로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에게 “58년형 쉐보레(미국 자동차 브랜드)를 타고 마중 나가겠다. 숙소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집에서 미셸 여사와 함께 재워주겠다”고 제안한다. 선심 쓰는 것 같지만 실은 50여 년 전 미국과의 단교와 경제 제재로 낙후된 쿠바의 생활수준을 유머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바나에서 만나요”라는 말로 전화를 끊는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오바마#유머외교#쿠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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