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88년 만의 美대통령 쿠바 방문, 北 김정은 보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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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서는 88년 만에 쿠바를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미국의 대(對)쿠바 금수(禁輸) 조치 해제 등 2014년 국교 정상화 선언 이후의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바나 미 대사관에서의 연설에서 “쿠바 국민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라고 말했듯이 이번 방문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방중(訪中)과 비교되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고립 국가였던 쿠바가 당장 정치적 개혁을 하지는 않는다 해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은 쿠바에 개혁 개방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 분명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카스트로 독재 정권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는 더 이상 미국의 목적이 아니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 쿠바 국민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쿠바의 미래는 쿠바 국민에게 달려 있고, 이를 위해 인권과 자유 확대가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이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는 국제사회에서 이란 베트남 미얀마에 개입해 ‘게임 체인저’로 역할을 한 미국이 쿠바와의 적대 관계를 해소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남의 일 같지 않다. 지금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두고 중국과 북한이 물밑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교감하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집단이 대화 테이블로 나온다면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교체가 아니라 북-미 수교를 고려하는 단계로 나아갈지도 모른다.

물론 핵 위협을 계속하는 북한은 핵이 없는 쿠바와 다르다. 미국과 쿠바는 소규모 무역거래도 하고 있고 미국에는 쿠바계 이민자 180만 명이 거주한다. 북한의 형제국을 자처하는 쿠바마저 안보가 아니라 경제, 고립이 아닌 개방을 택한 엄중한 현실을 북의 김정은은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국도, 북한도 아닌 한국이 주도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쿠바 사례를 주시하면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교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라울 카스트로#쿠바 개혁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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