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어느때보다 강하게 만들 것” 백인층 몰표 힘입어 ‘거품론’ 잠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2016 美대선 뉴햄프셔 경선]공화 트럼프, 아이오와 패배 설욕

“신이 창조한 가장 위대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

9일 공화당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70)가 힘주어 말하자 지지자들이 ‘너는 고용됐다(You‘re hired)’는 뜻의 손가락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트럼프는 축하 집회에서 압승에 도취된 채 연설을 이어갔다.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내 지도력하에서 미국은 다시 이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내가 미국 최고사령관이 되면 이슬람국가(IS)를 때려 부수고 무역 협상도 다시 하겠다”며 특유의 강경론도 폈다.

일주일 전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에게 1위 자리를 내준 트럼프가 뉴햄프셔에서 여유 있게 1위에 오른 비결은 이곳 인구 구성과 무관하지 않다. 뉴햄프셔의 백인 비중은 90%나 된다. 기자는 2시간 넘게 행사장에 머물면서 트럼프의 지지 기반이 백인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00여 명의 지지자 가운데 흑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히스패닉과 동양인도 눈에 띄지 않았다.

경제난과 테러 위협, 불법 이민자 문제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 온 것도 이곳 공화당원과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는 데 큰 몫을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빌어먹을 중국, 일본이 내 일자리를 다 가져갔다” “이런 건 미국이 아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흥분했다. 케이트 미첼 씨는 “워싱턴 정치꾼들이 나에게 해준 일이 뭐가 있느냐. 트럼프가 되면 다리라도 하나 더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승부처인 뉴햄프셔에서 승리함으로써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제기됐던 트럼프 거품론은 꺼지게 됐다. ‘리얼리티 쇼’가 아니냐며 평가 절하됐던 트럼프 현상은 엄연한 ‘현실’로 힘을 얻게 됐다. 트럼프는 거의 대부분 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CNN의 뉴햄프셔 출구조사 분석 결과 그는 여성, 고학력자, 중도층으로부터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유력 경쟁자인 크루즈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45)이 이번 경선에서 3위와 5위로 뒤처지면서 경쟁 구도는 트럼프에게 더 유리해졌다. 극단적인 크루즈와 막말 대왕 트럼프 대신 루비오에게 기울었던 공화당 지도부는 루비오의 완패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일로 예정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경선은 트럼프 대세론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을 두 배 이상의 격차로 앞서고 있다.

맨체스터=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뉴햄프셔#트럼프#백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