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에브도, ‘쿠르디 살았다면 성추행범 됐을 것’ 反난민 만평 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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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이건 아니죠”… “역겨운 인종차별” 비난 쏟아져
“난민 위기감 표현한 것” 지적도

‘알란 쿠르디가 살아남았다면 성추행범이 된다?’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 풍자 만평으로 논란을 일으킨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번에는 숨진 시리아 난민 아기를 성추행범으로 묘사한 만평을 그려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와 BBC가 13일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 만평의 주인공은 지난해 9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쿠르디는 가족과 함께 작은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건너가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 숨진 쿠르디는 파도에 밀려 터키 해안에서 엎드린 채 잠들어 있는 자세로 발견됐다. 난민 수용을 주저하던 유럽 각국은 쿠르디 사망을 계기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난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됐다.

샤를리 에브도는 ‘전 세계를 울린’ 쿠르디를 성추행범으로 그렸다. ‘이주자’란 제목의 만평 상단에 쿠르디가 죽어있는 모습을 작게 그린 뒤 ‘꼬마 알란이 성장하면 무엇이 됐을까?’라는 질문을 써놓았다. 그 아래에는 도망치는 여성의 엉덩이를 향해 두 손바닥을 내민 채 달려가는 남성의 모습을 그렸다. 만평 맨 아래에는 ‘독일에서 엉덩이를 더듬는 사람’이란 문구를 남겼다.

지난해 12월 31일 독일 쾰른의 ‘새해맞이 축제’ 때 일어난 난민들의 집단 성추행 사건을 풍자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도가 지나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천사 같은 모습의 쿠르디도 유럽에서 성장했다면 집단 성추행을 벌인 성인 난민들처럼 됐을 것이라는 ‘억측’을 표현한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역겹다’, ‘할 말을 잃었다’, ‘인종차별적이다’ 등의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는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 본사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당했던 당시 연대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던 ‘나는 샤를리다’란 해시태그 문구를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로 바꿔 올리기도 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전에도 쿠르디를 풍자한 만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해 9월 쿠르디 사건이 터진 뒤 예수 아래로 물에 빠진 사람을 그린 뒤 ‘기독교인은 물 위를 걷지만 무슬림 아이는 가라앉는다’는 문구를 담은 만평을 담았다.

또 쿠르디가 해변에 쓰러져 있는 모습 뒤로 ‘한 개 가격으로 두 개의 어린이 햄버거 세트’란 문구를 담은 맥도널드 광고판이 그려진 만평을 싣기도 했다. 쿠르디가 햄버거 때문에 유럽으로 오려 했다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일각에선 샤를리 에브도가 난민을 모욕하려는 게 아니라 난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이중적인 정서를 보여주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프랑스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이나 영미권과 풍자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자극적인 만평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샤를리 에브도#만평#이슬람#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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